벤처캐피털 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소리 소문 없이 '신진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실탄(자금력)'여력이 있는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자금에 목말라 있는 벤처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명도가 있는 벤처캐피털들 중에선 LG벤처투자 일신창투 우리기술투자 등이 불경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벤처캐피털 신(新)3인방=벤처주식 매입 열기가 고조됐던 1999년과 2000년에 '새 가슴' 소리를 들으면서도 벤처투자 속도를 늦췄던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요즘 주목받고 있다. 특히 LG벤처투자 일신창투 우리기술투자 등 3개 중견 창업투자사들은 불경기 상황을 십분 이용해 유리한 조건으로 우량 벤처기업을 골라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3개사를 '신 3인방'이라고 부를 정도다. LG벤처투자(대표 구본천)는 2000년 LG그룹과 완전히 계열 분리한 벤처캐피털이다. 이 벤처캐피털은 회사 고유계정으로 3백억원의 현금자산을 갖고 있다. 고유계정 상황은 실탄이 두둑하다는 증거가 된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이 고유계정 자금에 단 한 푼도 여유가 없는 데다 외부의 투자조합자금도 얼마 남지 않은 점과 대조를 이룬다. LG벤처투자는 1997년 설립된 벤처캐피털 업계의 후발주자로 벤처주식 매입붐에 뒤늦게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또 초기엔 대기업(LG) 계열사로서 리스크를 가능한 피하는 소극적인 벤처투자를 했던 점이 '새옹지마'가 된 것이다. 일신창투는 이달 초 중소기업청 주도로 추진됐던 '글로벌스타펀드(일명 나스닥펀드)'의 운용회사로 선정돼 부러움을 샀다. 한국기술투자 같은 대형 창투사를 제치고 1억달러 규모의 나스닥 투자 펀드의 운영을 맡은 것이다. 일신창투(대표 고정석)도 LG벤처투자처럼 한파 속에서 '실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벤처캐피털이다. 장사가 잘 되는 의류업체인 지오다노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배당을 받기 때문에 다른 벤처캐피털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우리기술투자(대표 곽성신)는 슬림화된 조직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벤처캐피털이다. 이 회사의 전문경영인인 곽성신 대표는 벤처캐피털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이다. 우리기술투자는 곽 대표의 지휘 아래 비교적 일찍 구조조정에 착수,불경기에 대한 내성을 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곽 대표는 "작년에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과감하게 부실투자자산을 털어내 41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실 정리로 인해 올들어 흑자전망이 아주 밝아졌다는 게 곽 대표의 설명이다. ◆대형사들은 구조조정 중=벤처캐피털 업계의 '거함'이었던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산은캐피탈 무한투자 등은 증시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이 힘들어지면서 투자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기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금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벤처캐피털 업계에서의 영향력도 축소된 상태다. 벤처캐피털협회 관계자는 "자금력 있는 벤처캐피털들은 유리한 고지에서 우량 기업을 찾지만 과거의 투자 부담에 찌들어 있는 창투사들은 자금 회수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