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망치는 노동운동이 돼선 안됩니다."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로 꼽히는 울산지역 한국노총 지부 신진규 의장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노사분규와 관련,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공장 라인을 멈추게 하는 행위는 회사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를 마비시키고 말 것"이라며 강성 노동운동을 비판했다. 신 의장은 지난 91년 에쓰오일(당시 쌍용정유) 제5대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후 96년 제 14대, 2002년 17대 등 한국노총 울산지부 의장직을 두번째 맡고 있는 노동계 핵심인물중 한 사람이다. 그는 최근 노사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총파업 절차를 밟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해서도 "명분없는 행위"라며 "노동운동을 해도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는 방식은 택해선 안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 의장은 "현대차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된 뒷면에는 수천여개에 달하는 중소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희생이 있었다"면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해마다 납품단가가 떨어져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을 외면한채 자기만 임금을 더 올리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중소 하청업체의 연쇄 도산은 물론이고 한국산 자동차의 국제 경쟁력을 상실케 해 IMF 위기 때와 같은 인력 구조조정을 스스로 좌초할 수도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몇달 전 울산 자매도시이며 중국 최대 자동차 도시인 창춘시의 제일자동차 공장을 들렀습니다. 그런데 근로자들의 연봉이 우리나라 돈으로 1백50만원에 불과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임금 인상 등을 내걸고 파업을 하는 건 한국경제 전체에 위기를 야기할 것입니다." 신 의장은 최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 벌어지고 있는 선명성 경쟁에 대해서는 "참여정부가 상생의 노사관계를 기조로 삼고 있는 한국노총의 입지를 약화시켜 벼랑 끝 강성을 택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신 의장은 그래도 울산에선 한국노총 산하 80여개 제조업체가 유지해온 상생의 노사평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석유화학 및 섬유분야 사업장중 10개사가 임단협 타결을 본 것을 비롯 30여개사가 원만한 교섭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 의장은 울산 노동계에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그가 세번의 노조위원장을 맡은 에쓰오일 사업장에선 지난 2001년 9월 노사간 산업평화를 공동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무분규를 실현해 오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