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5·23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개미투자자들뿐 아니라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액 자산가들에게도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메시지에 신규 투자를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울수록 '선수'들의 능력은 빛을 발하는 법. '묻지마 투자'에서 실속형 투자로 방향을 선회하는 PB 고객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큰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빌딩시장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최근 고액 자산가들은 빌딩을 매입하면서도 '작지만 알찬' 물건을 선호하고 있다. 공실률(空室率)이 높아 수익률이 떨어지는 대형 빌딩들은 철저히 피한다. 요즘 큰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빌딩은 금액으로는 30억∼50억원대,층수로는 3∼5층 규모의 중·소형 매물들이다. PB들은 이 정도 물건이면 연 7∼8%대의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압구정동 청담동 신사동 등 서울 강남 요지에 위치한 빌딩에 유난히 집작한다는 점도 고액 자산가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확실한 곳이 아니면 투자를 극히 꺼리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강남권보다 저렴한 평당 2천5백만원대의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데다 높은 임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영등포구청 앞 빌딩을 고객에게 추천했는데 거절당했다"며 "이 고객은 '조금 기다렸다가 강남권 매물이 나오면 구입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말했다. 또 공실률이 높아 실속이 떨어지는 50억∼1백억원대의 대형 빌딩들은 웬만하면 팔아치우는 분위기다. 이같은 실속형 투자 추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최근의 투자환경 속에서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라는 게 일선 PB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투자환경이 악화되면서 부동산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고객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수익성이 높은 실속형 상품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