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가 24일 1천4백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17일 연속해서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은 이로써 한국시장에서 이틀째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 매도종목은 강성노조가 있는 종목에 집중됐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 신한지주는 이날 물량기준으로 순매도 1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도 순매도 상위종목에 끼었다.


조흥은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터라 외국인은 주저없이 보유 주식을 팔아치우는 모습이다.


개인이나 기관의 시장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에게 파업이 주식 매도를 위한 좋은 핑곗거리를 제공한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물론 이번 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종합주가지수가 700에 육박했다는 점에서 숨을 고를 타이밍이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이 나홀로 매수를 해왔다는 점에서 보면 필연적인 조정 국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잇따른 파업이 증시의 발목을 잡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임태섭 전무는 "현재 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하반기 경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잇따른 파업과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대한 우려로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을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파업이 주가를 떨어뜨린다


신한지주와 조흥은행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조흥은행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모든 문제점은 우리 경제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과 노조의 요구를 거의 수용한 정부의 자세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조흥은행 주가는 24일 하룻동안 6% 이상 하락했다.


폭락세가 이틀 연속 계속된 셈이다.


신한지주 역시 이틀간 10%가 넘는 주가하락률을 기록했다.


파업이 예정돼 있는 현대자동차 주가도 이날 3% 이상 떨어졌다.


파업 결의를 한 쌍용차도 3% 가까이 하락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파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1백12개 사업장이 가입하고 있는 금속노련이 파업 결의를 하는 등 하투(夏鬪)의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골드만삭스 임 전무는 "외국인의 경우 파업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지만 불법 파업과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선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장세 전망은


파업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적 지표상으로는 650선이 지지선으로 꼽힌다.


그러나 외국인이 혼자 종합주가지수를 끌어올렸고,또 혼자 팔면서 지수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받을 만한 지표로 볼 수 없다.


결국 개인과 기관이 지지선을 받쳐주느냐가 관건이 된 셈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개인과 기관은 노사문제나 경기침체에 대한 정부의 해결책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가 확실하게 방향 설정을 하고 일관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들이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5일 금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향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예상대로 25bp(0.25%포인트) 내리는 수준이라면 미국 시장의 유동성 장세를 연장시킬 명분은 없어진다"(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오현석 연구위원)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결국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을 수 있으려면 개인과 기관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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