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제작용 '후판 파동' 조짐..조선업계.포스코 철판가격 놓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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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과 플랜트 제작에 사용되는 후판(厚板·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을 놓고 조선업체와 철강업체들간 대립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후판을 구하지 못한 건설 플랜트 업체들이 포스코에 집단항의 태세까지 보이면서 '후판 파동'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수급 깨진 후판 유통
이번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는 포스코가 내달부터 후판 가격을 t당 40만원으로 2만원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시작됐지만 발단은 후판의 수급이 밸런스를 잃었기 때문이다.
연간 6백만t에 달하는 국내 후판 소요량 중 포스코가 2백70만t,동국제강이 2백만t을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는 일본산 등 수입물량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수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동국제강은 후판의 원재료인 슬래브 수입가격이 높아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며 최근 생산량을 10% 줄였다.
포스코마저 미국석유협회(API) 고급 강재의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후판 생산 비중을 낮췄다.
반면 조선업체의 대량 수주와 건설업체의 호황으로 후판 수요가 급증,후판 수급의 균형이 깨졌다.
실제로 건설용 후판의 유통가격은 철강업체 공급가격보다 20% 이상 비싼 5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이마저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사 "수익성 악화"
조선업계는 조선공업협회 내 '강재수급협의회'를 신설,국내외 제철소의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까지 논의키로 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선박 가격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은데다 원화 절상 추세까지 겹친 상황에서 후판 가격마저 오를 경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산업자원부에 공문을 보내 후판가격 인상을 자제시켜줄 것을 요청하는 등 정부 개입까지 촉구하고 있다.
◆포스코 "가격 인상은 불가피"
포스코는 후판가격이 t당 38만원으로 경쟁사인 동국제강이나 일본 수입산보다 4만원이나 싸 수급상황을 왜곡시키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물량을 확보하려는 업체들간 과열경쟁이 벌어지면서 거래구조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
포스코는 조선업체의 집단행동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산자부를 개입시킴으로써 통상분쟁을 불러일으키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