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4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는 경기가 살아나리라던 기대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경기의 첫 단추인 소비심리가 회복되기는커녕 갈수록 얼어붙고 있고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수출도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더구나 24일 지방 지하철 3사 노조의 파업돌입을 신호탄으로 줄줄이 예고돼 있는 대규모 파업사태로 인해 경제의 성장동력이 더 한층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놓았던 '2ㆍ4분기 바닥론'이 성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체감경기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한파(寒波)'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 조사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대다수 소비자들은 지금의 경기상황이 98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할 정도로 악화돼 있으며 올 하반기 내내 이같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내수 경기 침체로 곧장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지난 달까지 4개월 연속 뒷걸음질쳤고 6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수 경기의 또 다른 잣대인 도ㆍ소매 판매신장률 역시 지난 3월 마이너스 3%를 기록한데 이어 4월에는 하락폭이 4.3%로 확대됐다. 5월 이후에도 한동안은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하반기도 낙관 어려울듯 그동안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온 수출은 지난달 4.4%(전년동기대비) 늘어나는데 그쳐 11개월 만에 증가율이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수출이 호전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간 지속됐던 20%대의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 유가도 부담이다. 지난 4월 말 배럴당 22달러선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이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 23일 현재 25달러를 웃돌고 있다. ◆ 2ㆍ4분기 바닥론, 성급했나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2ㆍ4분기 바닥론'이 우세하다. 정부나 한은은 물론이고 상당수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비슷한 견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하반기는 지난해 호황수준에는 못미쳐도 상반기에 비해 뚜렷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1ㆍ4분기에 비해 '2ㆍ4분기 바닥론' 옹호론자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씨티그룹 ABN암로 등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상하고 있는 것 역시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오히려 더 안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깔고 있다. 정부의 '위기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정부가 하루 빨리 노동정책을 개선해 위축된 투자심리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