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푼 안되는 세수때문에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흡연으로 인한 폐해는 결국 의료비 보험료 등 사회적 비용증가로 이어지지요."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신임 사무총장(58)은 "지난달 세계보건총회가 인준한 '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라 세계 각국이 흡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금연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식 취임에 앞서 지난 21일 잠시 귀국한 그는 국내 담뱃값 인상 논쟁에 부처마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대해 의아해 했다.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국민 건강에 맞춰져야 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그는 흡연 문제를 단순히 '가격'차원에서 다루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세수부족을 이유로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잡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를 따져도 흡연은 엄청난 손해입니다.담뱃값을 그대로 유지해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흡연으로 인해 지출해야 할 비용이 더 많아 이런 정책은 한마디로 '언 발에 오줌누기'식에 불과합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기구의 장(長)이 된 이 총장은 국민들의 기대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WHO가 비정치적 기구라는 이점을 십분활용,남북교류 활성화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동안 지적받아왔던 WHO 비대화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해 향후 한국인의 국제기구 진출 물꼬를 트겠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내가 사무총장이라고 갑자기 북한이 특별대우받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수많은 회원국중 하나로만 대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이 신임총장은 최근 마련된 북한지원 긴급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이와함께 북한의 열악한 실상을 세계에 상세히 알려 각종 지원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선거때 내걸었던 WHO 개혁도 임기중 완성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역점사항은 두가지입니다.우선 WHO 본부의 다운사이징으로 본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예산과 인력의 75%를 6대 지부로 넘겨 실제로 필요한 곳에 사람과 돈이 배치되도록 하겠습니다.또 하나는 4천만명이 앓고 있는 에이즈 퇴치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이 신임총장은 에이즈와의 전쟁에서 에이즈약에 대한 특허권을 갖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며 후진국에 특허약을 싼 값에 판매할 수 있도록 이들과 협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