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사스로 인해 중국 베이징에 내렸던 여행자제 권고를 해제한 24일 베이징은 축제 분위기였다.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에서는 '잔성페이뎬(戰勝非典:사스를 이겼다)'을 외치고 오성홍기를 흔들며 춤을 추었다. 신동안백화점 점원들도 거리로 나와 축제행렬에 가세했다. 여행자제 권고 해제를 발표한 오미 시게루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국장의 회견 장면은 전광판을 통해 되풀이 방영됐다. 오후 6시 차오양구에 있는 한 음식점엔 자리가 모자라 40명이 대기하는 등 밤 늦게까지 시내 곳곳이 붐볐다. 장안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들은 27일 하루 밤샘 영업하기로 결정했다. 외부인 출입을 금지해온 베이징대학들의 캠퍼스도 25일부터 문이 활짝 열렸다. 중국은 사스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관료사회에 투명행정의 길이 열린 것도 중국이 얻은 것이다. 베이징 시장과 위생부장을 경질한 것을 시작으로 은폐와 늑장보고를 일삼은 공무원들에게 정직 등의 철퇴가 내려졌다. 상하이와 쓰촨성이 대변인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언론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침을 뱉는 악습이 사라져가고,부(富)도 건강해야 지킬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등 위생관념과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도 사스가 중국에 준 교훈이다. 지난 3월 출범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체제의 새 지도부는 취약한 권력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사스에 직격탄을 맞았던 경제도 빠른 회복세가 예상될 만큼 충격을 벗어나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와 씨티그룹은 사스가 유행하던 기간중 6.5∼7.3%로 전망했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최근 7.5∼8%로 상향조정해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튼튼함을 시사했다. 오히려 전자상거래가 늘고 은행카드 사용이 늘어나는 등 선진경제의 틀을 갖추는 속도가 빨라졌다. 중국이 사스와의 전쟁에서 이긴 기세로 고속성장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