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은 북한이 경제회생을 위해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취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북한은 이 조치 이후 사회 각 분야에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했으나 낙후된 경제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당국의 경제활성화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생필품 공급에 필요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없고, 핵문제 등으로 외부 지원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에는 지금까지 금기시돼 왔던 '시장' '경제개혁'이라는 자본주의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 실패한 '7ㆍ1 조치' =북한은 지난해 7월 △배급제의 부분적 폐지 △임금 인상 △물가 및 환율의 현실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한 이후 심각한 인플레, 생산활동 저하, 빈부 격차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높은 물가에다 인상된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함경도 일부 지역의 경우 지난해 경제관리개선조치 직후 44∼54원이던 쌀 1kg이 최근에는 1백80∼1백90원으로 치솟아 4배 정도 올랐다. 정부 당국자는 "7ㆍ1 조치 이후 북한 경제가 나아졌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공장가동률은 지난해 28%에서 올해 26%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이 지향하는 경제개혁 프로그램 자체는 바람직했으므로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팀장은 "7ㆍ1 조치가 북한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부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실패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했다. ◆ 그래도 경제개혁은 계속된다 =북한은 7ㆍ1 조치가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혁'을 지속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북한이 최근 농산물만 취급하던 농민시장을 공업제품도 함께 유통시키는 종합시장으로 확대ㆍ개편했다"며 이는 경제개혁 정책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인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공간으로서 시장의 기능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에 앞서 논평을 통해 "올해 들어 새 회계법이 채택되고 농민시장을 개편한 종합시장이 전국 각지에 조성되고 있다"며 '경제개혁'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북한이 기존의 용어보다 진보된 '경제개혁'이라는 말을 쓴 것은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북한연구팀장은 "사실 공식 문건에만 안썼지 그동안 북한 사람들은 '개혁'이란 말을 써왔다"며 "종합시장이 발전하면 본격적인 유통시장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