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노조원도 불만인 정치성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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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노동계의 잇단 연대파업을 '명분없는 정치적 파업'으로 규정하고 파업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불법파업엔 엄정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이번에는 과연 법과 원칙을 제대로 적용할 것인지 두고 봐야겠지만 "선(先)행동 후(後)대화, 선파업 후타협의 왜곡된 형태는 반드시 고치겠다"는 선언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실 노동계가 정치적 이슈를 내세워 파업부터 벌이고 보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25일의 민주노총 시한부 파업만 해도 그렇다. 전교조의 연가·조퇴 투쟁을 포함,전국적으로 1백30여개사,6만6천여명의 노조원들이 참가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가했지만 이들의 주장은 경제자유구역법 폐기,교육행정정보망(NEIS) 반대,비정규직 근로자 기본권 쟁취 등 일반적 임단협 사안과는 거리가 먼 것이 대부분이다.
노동계 지도부가 파업을 남발하면서 벌이는 과격 정치투쟁은 국민들은 물론 조합원들로부터도 급격히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민노총 최대사업장으로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되풀이해온 현대자동차의 파업찬반투표에서는 찬성률이 54.8%라는 사상 최저수준에 그쳤고 두산중공업노조는 시한부 파업에 사실상 참여치 않았다.
24일의 지방지하철 파업 역시 "노조집행부 그들만의 파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조합원들의 참여도가 낮아 서둘러 타협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이고 보면 나라경제의 발목을 잡는 과격투쟁행위가 국민들이나 일반 조합원들의 눈에 좋게 보일 리 만무하다.
특히 정치적 이슈를 내건 상급단체의 독려 때문에 일선 사업장이 파업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정말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개별사업장으로서는 절실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일로 조업을 중단해 자신들의 일터인 소속기업에 타격을 가하고 결국은 조합원 자신에게도 득이 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현대자동차의 산별노조 전환계획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도 그런 우려감이 폭넓게 형성된 때문일 것이다.
선파업 후타협이란 후진적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불법파업은 반드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된다. 불법행위를 해도 아무런 책임없이 실속만 챙긴다면 같은 행태가 되풀이될 것은 너무도 뻔하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조흥은행 파업은 끝났지만 불법파업 주동자는 사법처벌하겠다"고 한 것은 옳은 일이다.
경제계의 호소처럼 파업하기 좋은 나라보다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