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는 한숨 소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이 확인됐다. 한은의 '2·4분기 소비자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지수가 5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백화점 매출이 5개월째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고 수출마저 주춤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 역시 올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우리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은 올들어 4월까지 국내기업의 대미 투자와 대중 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8.8% 94.4%씩 늘어난데 비해,미국기업의 국내투자는 71.7%나 줄어든 사실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내기업은 밖으로 나가고 외국기업은 안들어오고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니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더 안좋을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춘 것도 나름대로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하겠다. 정부당국은 미국경제가 호전되면 국내경기도 2·4분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탈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2·4분기가 과연 바닥이 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우선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고용사정이나 경상수지 개선폭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것이 큰 걸림돌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또다시 금리를 낮출 것이 확실하며 그 폭이 얼마나 될 것이냐를 놓고 전망이 구구한 것만 봐도 미국의 경기회복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설사 미국경기가 하반기에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당분간은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국내적으로도 노동계가 이달 들어 줄줄이 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사정이 호전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기업의 투자의욕이 살아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여야가 예결위원장 자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바람에 4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 처리가 자칫 무산될 지경에 처한 것이 단적인 예다. 국회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금이라도 추경예산안 처리를 서둘러야 마땅하다. 경기가 살아나려면 대외여건 호전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정신을 차리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