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 2월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5개월간 말 그대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우선 중국발(發) 사스(SARSㆍ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해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자 국내 수출업체에 대한 각종 지원 방안을 강구하느라 고심했었다. 곧이어 터진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산자부의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인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 대책도 윤 장관을 동분서주하게 만드는 아이템이다. 지난달 말 열린 서울재팬클럽 초청 조찬 간담회에선 일본 기업인들에게 '한국 정부의 외국인 유치 정책은 제대로 되는게 없다'는 곤혹스러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도 병행 추진을 위해 경제5단체장과 만나 조기 입법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느라 밤낮 없이 뛰어다니는 윤 장관이지만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ㆍ육성에 대한 관심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높다. 앞으로 10년 뒤에도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자동차 반도체 조선 산업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지난달 공학한림원 CEO포럼에 참가해 "한국은 지난 95년 국민소득 1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7년 넘게 이를 넘어서지 못하는 '1만달러 덫'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덫에서 빠져 나오려면 과거 산업화 시대의 자본투입 주도형 전략에서 벗어나 혁신주도형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장관이 말하는 혁신주도형 전략은 최근 산자부가 민간 전문가와 함께 선정한 3개 분야의 차세대 성장엔진 육성 방안에서 구체화된다. 여기에는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핵심 기술인력 육성 방안 등이 담겨 있다.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관련 산업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윤 장관은 산자부 외에도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이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과 관련, "어느 부처가 해당 산업 육성의 주무부처가 될 것인가는 청와대가 조정할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 엔진에 대한 제대로 된 발전 전략을 세우는데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