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부시의 'this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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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용했던 'this man(이 사람)'이란 용어는 한·미정상회담을 거론할 때마다 화제에 오른다.
많은 한국민들은 부시가 한 나라 정상을 this man이라고 부른 것은 무례하다며 분노했었다.
그러나 당시 부시가 사용한 말은 DJ의 지도력을 칭찬하는 문맥으로 볼 때 무례한 용어가 아니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부를 때 부시가 습관적으로 쓰는 단어였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에 왔을 때도 부시가 사용한 'easy man to talk to(얘기하기 편안한 사람)'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일부에선 '만만한 상대'로 해석,부시가 노 대통령을 적절하게 대우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부시는 단어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기로 유명한게 사실이다.
그의 연설을 듣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적대적(hostile)이란 단어 대신에 인질(hostage)을,보존하다(preserve)란 말을 써야 할 때 인내하다(persevere)를 쓰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뉴욕대학의 미디어학 교수인 마크 밀러는 '부시의 언어장애'라는 책에서 '문맹 수준'이라고 질타했을까.
부시의 어설픈 용어 선택이 이처럼 비판을 받고 있지만,한국 대통령에게 쓴 this man이나 easy man은 상대방을 비하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실제로 부시는 25일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를 this man이라고 불렀다.
김 전 대통령에게 썼던 그대로다.
문맥도 비슷했다.
테러 전쟁에 지지를 보내 준 무샤라프에게 감사하며 그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쓴 같은 표현이지만 파키스탄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파키스탄 언론은 부시가 사용한 this man이라는 호칭이 친근감을 표시하려는 부시 특유의 언어습관에서 나온 것인데 문제를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었다.
똑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파키스탄을 보면서 우리도 단어 하나보다는 전체 문맥을,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시하는 문화를 익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