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위 유통기업인 월마트(미국)와 까르푸(프랑스)가 한국에서 판이한 전략을 펴고 있다.


올해 들어 까르푸가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기 시작한 반면 월마트는 점포 확장에 극히 소극적이다.


까르푸가 뛰기 시작했다면 월마트는 잔뜩 웅크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면서도 두 회사는 유통시장 판도 변화를 지켜보다가 한국 업체를 인수·합병(M&A)할 수도 있다며 야심찬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공격적으로 변한 까르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이어 할인점 업계 4위를 달리고 있는 까르푸는 올들어 완전히 달라진 전략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기본 방향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철저한 한국화.


까르푸는 앞으로 3∼4년간 1조3천억원을 한국에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지난 7년간 투자한 금액과 맞먹는다.


까르푸는 해마다 3∼5개씩 점포를 늘리고 기존 점포를 백화점 수준으로 전면 재단장하기로 했다.


까르푸는 새 점포를 크게 짓고 지방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달엔 서울 상암경기장에 25호점인 월드컵몰점을 열었고 26일엔 영업 면적이 9천7백평이나 되는 대전 유성점을 개점했다.


다음달엔 방학점을 오픈하고 내년에는 부산 인천 광주 전주 등지에 5개점을 출점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호남지역에도 거점을 마련하게 된다.


또 지은 지 6,7년된 기존 창고형 매장은 '뼈대만 남기고 다 뜯어고치는'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일산점과 중계점을 재단장했고 올해는 목동점 안양점 계산점(인천) 분당점 등 7개점을 고급 매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까르푸 관계자는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다른 나라의 까르푸 매장과 달리 한국 점포는 철저하게 한국인 눈높이에 맞게 탈바꿈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중동(靜中動) 월마트


한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까르푸와 달리 월마트는 조용하기만 하다.


작년 말 한국 15호점인 마산점을 연 후 지금까지 새 점포를 열지 않았다.


올해 말을 목표로 추진했던 슈퍼슈퍼마켓(네이버후드마켓)시장 진출은 내년으로 미뤘다.


경기가 침체되고 경쟁이 심해져 올해 매출은 지난해(7천4백74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월마트는 특히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점 부지를 단 한 곳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일각에서는 "월마트가 한국에서 사업을 접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월마트는 "할인점을 지을 만한 땅이 없고 경기도 좋지 않아 올해는 새 점포를 낼 계획이 없지만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적인 전략을 펼치는 월마트에 대해 "멀리 뛰기 위해 잔뜩 웅크리는 개구리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월마트가 점포 확장에는 소극적이면서도 경기 여주에 물류센터 부지 6만여평을 사들인 것만 봐도 '속셈'이 있다는 얘기다.


2005년 완공되는 여주 물류센터는 할인점 20∼30개를 커버할 수 있는 규모다.


한순간에 덩치를 키우더라도 문제가 없게 물류센터를 크게 짓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월마트 관계자는 "내년부터 다시 출점을 시작해 5년 내에 지금보다 2∼3배 많은 30∼45개 점포망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매력적인 기업이나 점포가 매물로 나올 경우 이를 인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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