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퇴직연금ㆍ의보료'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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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퇴직한 종업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과 의료보험료 부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회사를 떠난 옛 직원들에게 지급한다는 차원에서 '유산 비용(legacy costs)'으로 불리는 이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 대표적인 산업은 자동차와 철강.
특히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의 경우 연금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백억달러를 차입해야 할 판이고 제살 깎아먹기식 무이자 할부판매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GM이 퇴직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옛 종업원은 45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받는 퇴직 연금은 고정돼 있어 GM으로 보면 부채가 된다.
예컨대 뷰익공장에서 40년간 일하고 퇴직한 72세의 한 농부는 GM에서 퇴직연금으로 매달 1천3백달러를 받고 있다.
이런 옛 직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운영 중인 연금 자산은 주가하락으로 현저하게 줄어 결국 1백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하게 됐다.
GM이 '0 to 60'(60개월간 0% 할부 판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판촉에 열을 올리는 것도 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금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GM이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속하자 포드나 다임러크라이슬러도 무이자 할부판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포드의 윌리엄 클레이 포드 회장은 "GM이 물러설 것 같지 않은 상황인 만큼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실토했다.
모건스탠리의 자동차 분석가인 스티븐 거스키는 GM이 퇴직한 종업원들에게 지급하는 연금과 의료보험료 부담이 올해 차 한대당 1천3백달러에서 내년에는 1천8백99달러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업종에선 퇴직 연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확정지급식을 버리고 종업원이 운영한 만큼 가져가는 연금인 401k로 바꾸고 있다.
자동차 노조는 그러나 유산 비용을 경영진과 노동자들에게 모두 혜택인 '협력의 유산'이나 '공정의 유산'으로 간주하면서 현재의 확정연금을 고집하고 있다.
유산 비용 부담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또다른 산업이 철강분야다.
미 행정부가 지난해 한국 일본 등 외국산 철강에 보복관세를 매긴 것도 유산 비용으로 뒤뚱거리던 자국 철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외국 철강회사들은 미국 철강회사들이 유산 비용 부담 등으로 경쟁력이 없어졌는데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외국 철강회사들에 그 책임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