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파업여부와 현대자동차 노조의 산별전환(금속노조 가입)이 '노동계 하투(여름투쟁)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들 양대 매머드 노조의 행보에 따라 민주노총이 이끄는 강성노동계의 향후 움직임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28일로 예정된 철도파업이 벌어질 경우 전국적인 수송대란을 야기하고 경제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 또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이 이뤄질 경우 강성투쟁을 주도하는 민노총의 최대 세력인 금속노조에 확고부동한 파워가 실리게 되고 노ㆍ사ㆍ정 전반에 걸친 세력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26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지는 현대자동차 노조(조합원 3만8천명)의 산별전환(금속노조 가입) 투표에서 전환이 가결될 경우 민노총의 핵심세력인 금속노조가 국내 노동계의 최대 세력으로 부상하게 되고 노동계 판도변화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부결될 경우 민노총의 핵심 노동현장 기반인 현대차 노조의 세력약화는 물론 현재의 투쟁일색 노동계 흐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 왜 산별전환을 꾀하나 =현대자동차노조 집행부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노조의 인적 재정적 역량을 중앙(산별노조)으로 집중해야 주5일제 근무나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 사회ㆍ정치적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또 산별노조 활동을 통해 기업간 임금 격차나 근로조건의 차이를 균질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금속업종의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1백60여개 노조들이 현대차 등 대기업노조에 앞서 일찌감치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도 이를 노린 것이다. ◆ 산별전환 가능할까 =현대차 노조집행부의 이같은 행보와 달리 일반 조합원들은 산별전환에 시큰둥하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중소기업보다 훨씬 좋은데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같이 협상해 봐야 집행부의 입지만 키워줄 뿐 실익은 없으며 오히려 손해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24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재적인원 과반수 찬성'인 가결 요건을 간신히 넘긴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조합원들은 실익도 없는 산별전환 등 정치적인 이슈에 매달리는 집행부에 '비토 사인'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집행부는 26일 오후 야간조부터 시작되는 산별전환 투표를 앞두고 이헌구 노조위원장 명의의 긴급 호소문을 내는 등 표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 전망 =우선 지난번 쟁의찬반투표에서의 찬성표(54.8%)가 모두 산별전환 찬성표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민주노총 파업열기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것도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 이달 말까지 예정된 현대미포조선 등 13개 사업장 6만여명 노조의 산별전환도 큰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산별전환이 되지 않을 경우 노조의 와해가 불가피하다는 위기론을 내세우며 조합원들의 지지를 촉구하고 나서 세 결집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