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른하고 초조하다. 집중이 안되고 방금 들은 얘기도 곧잘 잊어 버린다. 하는 일에 실수가 많고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이런 만성피로 증상들이 나타나면 일단 자신의 건강상태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과로사의 가능성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잠깐의 휴식으로 풀 수 있는 피로와는 달리,과로사의 원인이 되는 만성피로는 일종의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만성피로를 에이즈 다음의 심각한 질병으로 간주하고 국립보건원(NIH) 등 국가 차원에서 심도 있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자가진단 기준도 마련해 일정한 증상이 6개월 이상 계속되면 의사를 찾을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과로사는 일본에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인데,며칠 전 후생노동성이 '과로사방지 자가진단표'를 만들어 인터넷사이트에 올리자 서버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조회 횟수가 폭주했다는 소식이다. 이 진단표는 최근 한달 동안의 신체자각증세 13개 항목과 직장 근무상황 7개 항목을 근로자 스스로 평가해서 피로가 얼마나 축적됐는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장기불황 속을 살아가는 일본 근로자들은 거듭되는 구조조정의 불안감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데다 시간외 근무 등의 노동여건이 악화돼도 참을 수밖에 없어 과로사는 더욱 큰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 같다. 지난 한해 과로사한 사람이 1백60명이나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과로사가 종종 문제가 되곤 한다.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직장인들의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사오정(45세 정년)이니 오륙도(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니 하는 얘기들이 스트레스의 정도를 말해 주는 듯하다. 특히 중장년의 경우는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가는 '과로사 예비군'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심각한 위기감에 빠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직장생활에서 오는 만성적인 피로를 줄이는 것만이 과로사를 막는 최상의 방법일텐데 쉽지 않은 일이어서 걱정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