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화가와 그들의 영원한 파트너인 모델. 이들의 역할은 예술계의 CEO와 미학컨설턴트의 관계에 비견될 수 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의 '화가와 모델'(예담,1만8천원)은 세계적인 화가 25명과 모델의 인간적 교감을 명화와 함께 펼쳐보인다. 모델들은 연인이거나 부부,친구나 가족이기도 하다. 도발적인 포즈의 '마하' 연작을 그린 스페인 화가 고야와 알바 공작 부인. 쌍둥이 그림 '옷 벗은 마하'와 '옷 입은 마하'의 주인공인 그녀는 도금쟁이 아들 고야와 신분의 벽을 넘어 사랑을 속삭였다. 한 초상화 속에서 그녀는 반지 두개를 끼고 있다. 가운데 손가락에는 '알바',검지에는 '고야'라는 글자가 박혀 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바닥에는 '오로지 고야'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다.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의 가슴아픈 러브스토리들.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솟에게 불타는 열정을 안겨준 아일앤드 여인 캐슬린의 얘기는 화사하면서도 애절한 작품 '10월'을 탄생시켰다. 목이 긴 여인을 주로 그렸던 모딜리아니의 아내 잔 에뷔테른은 죽음으로 그를 뒤따랐다. 1백50여컷의 선명한 도판에 이들의 사연이 섬세하게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