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조의 산별노조(금속노조) 전환투표가 부결돼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대기업 노조 중심의 '정치투쟁' 노선에 적지않은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투표 부결은 지난 24일 실시한 이회사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이 87년 노조 설립 이래 가장 낮은 54.81%에 그치면서 이미 예견됐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부터 산별노조 전환을 추진했으나 조합원들의 호응도가낮아 투표를 올해로 미뤘다. 올들어서는 '임단협 연계 추진'의 배수진을 치고 연초부터 각종 간담회와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산별노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산별 전환에 사활을 거는 듯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온 것은 정치투쟁 등 외부의문제보다 임금 인상 등 사내 문제에 더 관심을 갖자는 조합원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풀이되고 있다. 노조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동조건의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 등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노조로서 한계가 있다"며 "산별 노조로 전환해 노조의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홍보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산별 노조로 가면 집행부나 금속연맹 등 상급단체의 정치적 입지만강화시켜줄 뿐 실익은 없으며 오히려 현재의 임금 복지 수준이 후퇴할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느꼈다는게 현장의 분위기다. 산별 노조의 근본 취지가 기업간 임금 격차와 근로조건의 차이를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속노조에 가입해 사용자 단체와 공동교섭을 해봐야 현대자동차보다 임금 및 복지 수준이 훨씬 낮은 중소기업 노조만 좋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일이나 잘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투표 결과로 현대차노조는 이미 2-3년 전 같은 투표에 실패했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노조가 그렇듯이 산별 전환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후퇴할 것으로보인다. 이에따라 올들어 민주노총 차원의 대정부 투쟁과 사내 임단협 투쟁을 병행해온노조는 사내 문제로 무게의 중심을 옮겨 특히 임금부문 인상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점쳐진다. 중앙교섭이 부진한 금속노조에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노조 등을 가입시켜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인적.재정적 규모를 확대하려 했던 금속연맹도 '대기업 노조산별 전환' 추진계획에 제동이 걸려 현 투쟁 방향의 전환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게됐다. 이헌구 현대차노조위원장은 "산별 노조는 현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지속돼야 한다"며 "투표 결과에 위축되지 않고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기자 sjb@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