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 가운데 '히트 했다'는 말을 듣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급변하는 시장과 소비자를 읽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든 시장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실패한다면 해당 상품은 이내 역사 속에 묻히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조건을 갖춘 상품이나 서비스가 선택을 받을 것인가.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미래 유망상품 키워드'라는 연구보고서에서 국내의 소비시장 환경을 분석하고, 앞으로 2~3년간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키워드로 '커넥트(Connect)'를 제시했다. 불안과 희망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소비 주체인 사람과 소비 대상인 상품, 소비 장소인 공간을 연결하는 상품들이 대접받을 것이란 얘기다. 3가지 구성요소내 또는 구성요소간 히트 예상 키워드를 요약한다. ◆ 사람과 사람의 교류 인간적인 유대와 만남을 통해 불안감을 떨치고 평온을 찾으려는 경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신세대의 전유물이던 인터넷 카페가 5060 세대에서도 인기를 끈다. 사교댄스 강좌에 학생 직장인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몰리고 있다. 유ㆍ무선통신 상품중 휴대폰은 카메라 내장 제품을 거쳐 화상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얘기할수 있는 상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객들이 교류하는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스프레드 마케팅'이 중요해진다. ◆ 상품과 상품의 융합ㆍ복합 일명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가 정보기술(IT) 산업의 화두가 되면서 반도체 통신 가전 등 다양한 IT제품들이 하나의 기기로 융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사용자가 각종 정보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의 '유비쿼터스 컴퓨팅'도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03 국제가전박람회(ICES)'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는데, 10인치 평판 분리형 모니터인 이 제품을 이용하면 집안 어디서나 인터넷 서핑과 이메일 송수신을 할 수 있다. ◆ 공간과 공간의 다기능 다양한 기능의 공간을 모아놓은 '퓨전 공간'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이 발간하는 '트렌드'는 지난 4월 문을 연 '록본기 힐스'를 2003년 히트상품 1순위로 꼽았다. 오피스 호텔 영화관 미술관 주택 정원 등이 어우러진 록본기 힐스는 엄청난 집객 효과가 기대되고 도시생활의 새로운 공간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가 갈수록 큰 트렌드가 되고 있다. ◆ 사람과 상품의 교감 상품으로부터 정서적 위안을 받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소비 패턴을 읽어야 한다.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상품보다 자신을 더욱 잘 표현해 주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아이덴티티 상품'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2000년 네오위즈가 아바타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아바타는 아이디를 대신하는 그림에 불과했다. 하지만 요즘 아바타는 눈을 깜박이고 기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애완동물을 키우기도 한다. 최근에 인생과 생명을 좌우하는 대박 상품이나 안전 상품이 뜨고, 2030세대도 건강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 사람과 공간의 친화 범죄가 만연하고 대형 사고가 잦아지면서 안전한 내부공간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될수록 부유층은 '자연공간'에 주목하게 된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계층은 다양한 기능을 고루 갖춘 주택 내부 기능을 중시하게 될 것이다. 부유층에겐 해상공원 자연휴양림 등 고유의 경치와 공기를 상품화한 공간 상품이 각광을 받게 된다. 안방극장인 홈시어터가 가족애를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잡아 가고, 성장기 자녀를 위해 '서재형 거실'을 두는 가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상품과 공간의 '조화'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상품이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주된 관심은 패션 음식에 이어 주택 인테리어 환경 등으로 이동하게 마련이다. 특히 집안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생활용품들이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면서 '생활명품'들이 속속 탄생할 것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생활명품관의 경우 조명상품 수족관 욕실용품 인테리어용품 등을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게 진열해 놓았다. 마치 갤러리를 방문한 듯한 인상을 준다. [ 도움말 =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 수석연구원 ]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