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그렇게 멋을 부릴수 있을까. 그런 세련된 안목을 지닌 이들이 있기나 한 것일까. 백두산 그리고 우리 들꽃. 둘이 함께하기에 더욱 멋들어진 생명과 색깔의 잔치가 시작됐다. 눈속에 묻혀 오랜 겨울을 난 노랑만병초에서 시작, 붓꽃 하늘매발톱 두메양귀비 비로용담 씨범꼬리 좀참꽃 구름송이풀 털복주머니꽃 등 헤아릴수 없는 들꽃 무리가 9월초까지 두 달 정도 다투어 꾸며 놓는 '천상의 화원'.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두른다. 백두산 들꽃여행길은 두가지. 서쪽 능선을 타거나 북쪽 능선을 따라 정상의 천지까지 오르는 길이 있다. 서쪽 능선길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손때 묻지 않은 원시림과 깊은 계곡미도 즐길 수 있어 찾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허름한 건물의 장백산자연박물관과 매표소를 지나 비포장 흙길이 이어진다. 길 양편에선 하얀 줄기의 자작나무가 반긴다. 북백두 쪽의 소천지와 크기가 비슷한 신비의 연못 왕지로 이어지는 길가엔 키 큰 수리취, 물매화 등이 수줍은 얼굴로 반긴다. 왕지를 지나 열대의 정글 같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금강대협곡. 길이 12km, 폭 1백∼2백m, 깊이 70m로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시키는 V자 형태의 협곡이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포효하는 백두호랑이의 깊은 입 속 같다. 5년 전의 산불이 아니었다면 아직까지 묻혀 있을 백두의 비경중 하나다. 금강대협곡 근처 1천7백m 고지를 가로지르는 길가의 '고산화원'도 꽃물결로 넘친다. 큰원추리 금매화 바이칼꿩의다리 개불알꽃 등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다양한 들꽃이 연이어 피어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단풍이 들면 '백두호랑이의 등짝'을 닮았다는 백두산 줄기의 모습을 선명히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천지 아래 주차장에서부터 청석봉을 향해 돌계단이 놓여 있다. 갖은 색깔의 들꽃이 무리져 피어 있는 노호배의 까까머리 능선 아래쪽 전망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장백폭포가 있는 북백두는 관광지로 변한지 오래지만 들꽃만큼은 서백두에 못지않다. 매표소에서 오른편 길로 15km쯤 떨어진 소천지 쪽이 첫번째 들꽃 감상 포인트. 노랑만병초에 이어 비로용담 개불알꽃 등의 들꽃이 시기에 따라 이어져 못가를 수놓는다. 소천지에서 숲으로 들어서 올라가는 길도 있다. 세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여서 일반인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데 수목한계선을 넘어 펼쳐지는 고산식물대를 수놓는 들꽃 무리가 혼을 빼놓는다. 68m 높이에서 내리 떨어지는 장백폭포의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소천지에서 다시 온 길로 빠져 나와 장백폭포로 향한다. 장백폭포~달문 1.3km 길이 새로 뚫려 그대로 천지까지 걸어 올라갈수 있게 됐다. 이 길은 인명 사고까지 부른 산사태로 3년전 폐쇄됐는데 한국의 참빛그룹이 투자해 위험한 곳은 터널을 만드는 식으로 길을 다져 놓았다. 가파르기는 해도 달문쪽 천지의 물을 손으로 만져 볼 수 있어 힘이 드는 줄 모른다. 천지로 향하는 또 하나의 길이 있다. 매표소에서 지프를 타고 기상대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천지 구경을 온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기상대에서 천문봉쪽 천지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천지를 본 다음 걸어서 내려오는게 좋다. 지프 길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면 처음의 매표소에 이르는데 다른 어느 코스에 못지 않은 백두의 들꽃을 감상할수 있다. 몸을 가눌수 없을 정도로 센 바람이 부는 흑풍구에 다다르면 멀리 원시림속 계곡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장백폭포가 시야에 들어온다. 들꽃을 마주할 때와는 다른 감흥을 느낄수 있다. ----------------------------------------------------------------- < 여행수첩 > 대항항공은 월ㆍ목ㆍ일 주 3회, 아시아나항공은 목ㆍ일 주 2회, 중국 남방항공은 월ㆍ금 주 2회 인천~연길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2시간30분 정도. 한국보다 한시간 늦다. 요즘 환율은 1위안에 1백45원 안팎. 연길 중심가의 북ㆍ중합작 식당인 해당화식당이 한국인 관광객에게 알려져 있다. 평양온반 냉면 등 북한 음식을 맛볼수 있다. 백두산 관광을 위해 연길에서 버스로 3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이도백하로 이동한다. 이도백하에서 서백두 천지까지 다시 세시간 가량 걸린다. 북백두 쪽은 한시간 정도 잡는다. 연길 인근 용정과 도문을 둘러본다. 용정에는 일제시대 저항시인 윤동주가 다닌 대성중학교가 있다. 가곡 '선구자' 노랫말에 나오는 일송정과 해란강도 만난다. 도문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남양시와 마주하고 있는 국경도시. 입장료를 내면 도문대교 중간 노란색 국경선이 그어져 있는 곳까지 걸어가 북한쪽을 바라볼 수 있다. 북백두 쪽에 천상온천호텔 대우호텔 장백산국제호텔, 서백두 쪽에는 산문 바로 옆에 백운봉산장 임업산장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자유여행사(02-3455-0006) 팬더세계여행(02-7777-230) 롯데관광(02-399-2303) KRT(02-771-3838) 인터파크여행(02-755-4200) 세일여행사(02-737-3031) 등이 북백두 여행을 안내한다. 아웃도어7(1544-7644)은 서백두 트레킹상품을 판매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