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이 압박감을 많이 느끼는 게 '아일랜드 그린'처럼 트러블이 많은 홀이다. 물에 빠질 것 같은 부담감으로 미스샷이 자주 나온다. 골퍼들은 미스한 뒤에 다시 치면 곧잘 굿샷을 한다. '진작 이렇게 칠 걸…'하고 후회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다. 그린 주위에 벙커가 있거나 워터해저드가 가로놓여 있을 경우에도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1백50야드를 남겨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길거나 짧으면 위험에 빠진다는 생각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길게 쳐도 나쁘고 짧게 쳐도 나쁘다면 과감하게 자신의 샷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곳저곳에 함정이 많다면 '어차피 더 나빠질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으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샷을 하라는 뜻이다. 그러면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골프는 항상 잘 칠 수 없다. 연습장에서 잘 맞았다고 필드에서도 잘 맞으란 법이 없다. 편안하게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특히 동반자보다 잘 치려는 욕심은 그날의 플레이를 망칠 수 있다. '이 친구는 나보다 골프를 잘 친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들한테서 한 수 배우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동반자가 나보다 골프를 늦게 배웠지만 나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누구나 단점이 있는 것처럼 장점도 있게 마련이다. 비록 스코어는 나쁘더라도 코스공략이나 어프로치샷 등 특정부문에서 뛰어난 골퍼들이 많다. 그들의 장점을 눈여겨 봐두면 도움이 된다. 솔직히 나도 아마추어와 함께 하는 라운드에서도 배우는 게 많다. 아마추어지만 어프로치샷이나 퍼팅은 프로보다 나은 사람이 있다. 오랜 구력에서 우러나오는 아마추어의 절묘한 퍼팅을 보고 나도 따라해 보려고 한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뛰어난 '아마추어 싱글 골퍼'들을 만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