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양판업체들이 여름이 가기도 전에 벌써 '땡처리' 수준의 헐값으로 에어컨을 팔아치우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3분의 1로 뚝 떨어지면서 재고가 겹겹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마진을 줄이면서까지 재고 처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시장은 지난해보다 훨씬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된데다 날씨도 당초 예상보다 덥지 않기 때문.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미 에어컨을 구입,신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에어컨 판매 부진을 부채질했다. 그러다보니 에어컨 판촉전 양상도 예년과는 확실히 다르다. 우선 판촉 기간이 빨라졌다. 예년 같으면 장마가 끝나는 7월말이 돼야 본격적으로 벌어졌을 에어컨 판촉전이 6월말로 앞당겨졌다. 예년보다 한달 이상 빨라진 셈이다. 할인폭도 종전보다 훨씬 커졌다. 동일사양 동일평수의 제품 가격을 비교하면 지난해보다 30% 정도 싸다. 하이마트에서는 지난해 1백30만원을 줘야 살 수 있었던 캐리어 에어컨 13평형을 99만원에 팔고 있다. '노 세일 상품'으로 분류됐던 고급 사양 제품에도 어김없이 '세일'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에어컨 두 대를 하나의 실외기에 연결해 사용하는 LG 휘센 에어컨의 경우 고객들이 에어컨에 대한 평가를 해 줄 경우 2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사은품 공세도 치열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에어컨을 사면 가습기나 선풍기 같은 값싼 제품을 공짜 선물로 줬다. 하지만 올해는 김치냉장고 DVD플레이어 텔레비전 등 에어컨 값과 맞먹는 전자제품들을 사은품으로 주는 형편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에어컨 시즌이 끝나면 마땅히 팔 물건이 없기 때문에 모든 지점에서 에어컨 판촉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