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련의 투쟁은 실패했으며 패배를 인정한다." 클라우스 츠비켈 독일 금속노련(IG Metall) 위원장은 29일 경영자단체와의 회담에서 '파업 종결'을 전격 제안했다. 유럽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련이 1954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하고 자진해서 파업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이다. 츠비켈 위원장은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속노련의 투쟁은 실패했다"고 시인한 뒤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재 동독지역에 국한돼 있는 파업을 서독지역으로까지 확대하겠다던 투쟁목표를 거둬들였다. 금속노련의 이같은 파업 철회는 무엇보다 독일 경제의 현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데 따른 부담감 때문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당초 금속노련은 독일 경제가 올들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판단, 현행 주당 38시간인 동독지역 노동시간을 서독지역과 같은 35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독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지고,월간 실업률도 5년 만에 최고치인 10.7%로 치솟는 등 각종 경기지표들이 이전보다 훨씬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속노련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여기에 독일 내 주요 기업 경영진들도 "파업이 계속될 경우 동독지역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며 금속 노련을 압박했다. 실제로 금속노련의 파업으로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은 지난 84년 이후 처음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BMW는 아예 공장 2곳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련 내부에서 파업을 계속할 경우 국가경제는 물론 동독경제가 오히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노조 지도부가 '분배'보다 '성장' 우선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4주간 계속된 금속노련의 파업이 노조측의 후퇴로 타결되면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탈노동자 친기업' 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미 금속노련 협상 타결에 앞서 노조 지도자들과 면담을 갖고 "현재 독일 정부가 추진 중인 '아젠다 2010'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란도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달 초 근로자 해고규정 완화, 실업수당 삭감 등을 골자로 하는 아젠다 2010을 채택하면서 사실상 친노 입장의 포기를 선언했었다. 그는 나아가 금주내 각료회의를 소집, 오는 2005년으로 예정된 소득세 감면정책을 내년으로 1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조가 '경제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일단 갈등을 접고 협력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