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통령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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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뉴스메이커'는 누구인가.
'공인' 중에선 단연 노무현 대통령이다.
'자연인 노무현'으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만든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언론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발언이 나오면 기자들은 "그렇게 되면?""그 다음에는?"이라며 후속 조치를 전망하려 애쓴다.
말과 대화를 통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상당히 독특하다.
특유의 화법과 토론방식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말이 갖는 정치적 의미나 행정 수순에서도 이전의 대통령과는 차이가 많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대통령이 한 번 별러 "민생과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무엇이 문제"라거나 "우리 사회의 어떤 것이 심각한 수준"이라 하면 그에 적합한 조치가 바로 뒤따랐다.
물론 대통령은 적절한 계기를 만들어 신중하게 말했다.
대통령이 특정사안을 언급할 경우엔 이미 관련 부처나 기관이 작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국정방향을 점치기가 그만큼 쉬운 구조였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대화정치,토론행정'은 다르다.
미국 포브스지(誌) 사주를 접견한 자리에서의 "노동자에 대한 특혜도 해소되어야 한다"는 발언도 그런 예다.
파업기간 중 임금 지급 등 매우 민감한 노사현안 세 가지에 대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나 정작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청와대측은 "우리 노사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몇가지 예를 든 것일 뿐 정책적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당장 후속 조치도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의 말이 갖는 무게는 어디로 간 것인가.
언론에 드러나는 발언이 많다보니 평소에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기자가 따라가기에는 숨가쁘다.
최근의 공개행사로,각급 공무원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옮겨적으면 A4용지로 6∼8장이 예사다.
실국장급 고위 공무원들과의 대화 때는 10장이 넘었다.
파격인가 탈권위인가,아니면 스스로 권위를 잃어가는가.
노 대통령의 말에선 새로운 시도와 '모험'이 함께 느껴진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