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사이즈 코리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탈리아산 셔츠를 비롯한 수입의류의 대부분은 팔과 어깨를 줄여야 입을 수 있다.
서구인과 한국인의 체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 기성복도 몸에 맞게 입으려면 손봐야 하는 수가 많다.
실제 남성복 정장은 43%,여성복 정장은 32%,캐주얼 바지는 51%가 구입시 수선을 의뢰한다고 한다.
기성복이 몸에 잘 맞으려면 체형별 표준치수가 정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이유는 한국인의 체형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1년 중2 남학생의 평균키는 167.2cm로 70년(152.0cm)보다 자그마치 15.2cm나 커지고,여학생도 159.0cm로 8.0cm 커졌다.
20대 미혼여성(서울ㆍ경기ㆍ전남)도 86년 155.4cm에서 지난해 1백62cm로 늘씬해졌다.
다리(82cm) 또한 86년보다 7.8cm 길어진 건 물론 신장의 50%를 넘어섰다.
그러나 가슴 허리 엉덩이 사이즈는 82-66-90cm(32.2,26.0,35.6인치)로 86년보다 가슴은 작아지고 허리와 엉덩이는 굵어졌다.
체형이 이렇게 바뀌면 그에 따라 제조업의 표준치수가 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으로써 옷은 고쳐야 하고 주방에서 일할 때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이같은 일을 시정 보완하기 위해 인체치수 조사사업(Size Korea)을 펼친다는 소식이다.
갓난아기부터 90세 노인까지 세분화해 성별ㆍ연령별ㆍ지역별 자료는 물론 직업별 및 계층별 자료도 추가하고 비만층도 조사해 '인체치수 데이터뱅크'를 구축,업계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표준인체치수는 의류뿐만 아니라 가구와 자동차 등 모든 산업의 가장 기초적인 정보 인프라다.
제품의 기능 및 인체적합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삶의 질은 물론 산업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는 더더욱 그렇다.
정확한 치수조사와 그에 따른 정확하고 다양한 산업규격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거니와 차제에 우리 모두 자신과 가족의 정확한 체형과 맞는 옷치수를 알아두는 습관을 길러보는 것도 괜찮다 싶다.
인체치수를 아는 건 합리적 소비의 기본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