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주례 라디오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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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의 승리를 공식으로 선언한 것은 라디오 주례연설을 통해서였다.
북한과 이란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 대한 가능성 있는 위협에 대해 선제공격으로 맞설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도 주례연설에서 천명했다.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국가의 주요 현안을 발표할 때는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일주일에 한번씩 방송되는 주례연설을 이용하곤 한다.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다든지,소비 저축 투자를 늘리기 위해 감세안에 서명한다든지 하는 정책들도 라디오연설을 통해 국민들의 협조와 이해를 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주례연설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3년 처음 시도한 이래 70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대공황의 와중에 취임한 루스벨트는 경제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 나와 구체적인 정책방향과 조치 등을 설명했는데,이 방송을 듣고 국민들은 심란한 마음을 다독이며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벽난로 앞에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다정다감한 말투로 얘기한다 해서 프로그램 이름을 노변정담(fireside chat)이라 붙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매주 정기적으로 라디오 방송에 출연,국정에 관해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한다.
KBS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측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잖아도 말이 많아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터에,세련되지 못한 말들이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될 때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민한 정치문제를 언급하면서 자기 주장만을 내세울 경우엔 야당이 들고 일어나 소모적인 정쟁이 될 개연성도 높은 게 현실이다.
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추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행여 주례연설이 각 부문간의 조화와 협력을 이끌어내기는커녕 잠재된 갈등을 부추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