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14년간 살고 있지만 태국 홍콩 싱가포르 한국 가운데 한국에서의 생활이 가장 힘듭니다."(폴 길 보비스렌드리스 한국지사장) "영어가 통하지 않아서 애를 먹습니다. 언어장벽은 비즈니스에서는 물론 생활하는데도 큰 어려움이에요. 마셨다 하면 폭탄주로 끝을 보는 한국사람들의 음주문화도 두려운(awful) 상대입니다."(탠즐러 바이엘코리아 부사장) "지방에 살면 아이들 교육문제가 정말 힘듭니다. 대구에는 인터내셔널 스쿨(외국인 학교)이 하나도 없어요."(에릭 발리베 평화발레오 부사장) "공무원들이 통제(control) 모드에서 서비스 모드로 변해야 합니다."(더글러스 민 쾰른재보험 한국지점장)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일 발표한 '한국의 외국인 생활여건 설문조사 결과'에 외국인들이 쏟아낸 한국생활의 어려움이다. 주한 외국기업의 부장급 이상 외국인 임직원 1백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외국인들은 언어 자녀교육 행정서비스 여가생활 교통 환경 등 생활전반에 걸쳐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56.7%는 한국인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 자녀교육에 대해선 46%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도권과 달리 지방엔 외국인 학교가 많지 않아 자녀교육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교육에 들어가는 비용과 관련해서도 절반 이상(55.2%)이 불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가생활여건에 대해서는 48.8%가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공원 녹지 등 휴식공간(41%)과 운동장 스포츠센터 등 운동시설(23%)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 애버네티 신젠타코리아 부사장은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을 위해서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여가생활에 대한 불만과 관련해 "골프장 이용료(golf fee)가 너무 비싸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편 외국인 임직원들은 한국이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투자관련 규제완화(28%), 외국인에게 편리한 생활기반 시설 구축(25%), 조세감면(20%) 등을 꼽았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