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1일 오전 파업 철회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실시키로 한 것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데다 정부가 예상 밖의 강경대처를 고수, 조합원들이 동요의 조짐을 보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라가 있어야 노조도 있는 것이다" "노조 지도부를 위한 노동운동이나 정치투쟁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정부의 강경 대처방침으로 일부 지역노조가 속속 파업현장을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자 지도부로서도 후퇴를 결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청와대와 건설교통부는 협상의 여지는 열어 놓되 더 이상 파업을 지속할 경우엔 파업 참가자 전원 해고와 주동자 전원 사법처리라는 확고한 방침을 최후통첩 형식으로 전달해 지도부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최후통첩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저녁 "청와대가 지도부와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건설교통부를 통해 노조측 요구를 하나라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계속해서 파업투쟁을 전개할 경우 파업참가자를 전원 해고할 것이라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조건없이 파업을 풀면 노조의 요구조항에 대해 협상을 벌일 수있으나 조건을 달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도 함께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일부 철도노조 지부가 이탈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철도청은 영주사무소 등 4개 지부장이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할 의사를 보였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경제비전 국제회의 리셉션에서 "철도파업이 오늘 밤 안으로 대충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철도노조 지도부는 파업현장의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이날 밤 10시 긴급회의를 열어 파업철회 여부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지도부 내부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하고 1일 오전 10시에 조합원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는 것이다. 노조, 산개투쟁속 현장복귀 찬반투표 정부의 업무복귀 명령에도 불구, 소규모 단위로 전국 곳곳에 흩어져 대오를 유지한 채 파업을 지휘해 오던 철도노조 각 지역본부는 정부가 의외로 비타협적인 강경 대응방침을 밀고나오자 휴대폰으로 향후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4월 파업 당시 청와대가 철도대란을 모면하기 위해 노조의 요구를 전폭 수용한 전례를 들어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경우 손쉽게 대화의 창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는 전언이다. 당시 철도청은 1인 승무제 시행 중단 등 노조가 요구한 5개항을 거의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물론 청와대 내에서도 강경대응 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고 절차상으로 실정법을 위반하는 등 적절한 명분을 찾지 못해 더 이상 파업을 이어가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지부별로 노조원들이 파업을 풀고 일단 현장에 복귀한 뒤 추후를 도모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의견들이 속속 대두됐다. 노조간부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휴대폰을 이용, 수시로 연락을 취하는 한편 PC방 등을 이용해 인터넷상에 마련된 비상연락망을 통해 파업지도부에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는 등 파업철회 움직임을 전했다. 청와대 또다시 직접 개입(?) 지난 4월 철도노조 파업 당시 관계부처간 총괄 조정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일방적으로 노조에 밀렸던 점에 비해 정부가 이번에 보여준 대응책은 매우 강경하고 신속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노조원들의 복귀가 늦어지자 청와대가 나서 이를 조기 타결하기 위해 추후 협상이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은 1일 새벽까지도 철도노조 지도부에 "결코 물러서면 안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