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중국의 對北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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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정치적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특히 다자간협상,핵프로그램 해체 검증 등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에서 중국의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일은 중국이 2단계로 진행하는 '차이나 로드맵'을 통해 가능해질 수 있다.
첫 단계는 중국이 워싱턴으로부터 '대북 불가침' 약속을 받아내 북한으로 하여금 안보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지가 전제 조건이다.
둘째는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종합적인 대북 지원 패키지를 만들도록 주선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에너지 공급,투자,확대,개발금융 지원은 물론 북한과 동북아 국가들간의 관계 정상화도 포함된다.
중국의 이러한 로드맵이 북한 특유의 '나쁜 버릇'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낮다.
중국의 로드맵이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 공조를 강화,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등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현재로선 융통성있는 사찰팀을 구성한다면 북한도 이러한 제안에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때 '잇몸과 이'에 비유될 만큼 가까웠던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최근 들어 상당히 악화됐다.
하지만 민감한 부문에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는 이데올로기적 유대감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에너지와 식량에서 북한의 '생명줄'을 잡고 있어서다.
중국은 실제로 지난 3월 북한과 연결된 석유 파이프라인을 3일간 폐쇄했다.
중국은 당시 '기술적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문제를 놓고 벼랑끝 전술을 고집할 경우 파이프라인을 완전 폐쇄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최근 들어 북한 핵문제와 관련,기존의 방관적 입장에서 적극적 개입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대북 경제봉쇄 등으로 난민들이 대거 중국으로 몰려들면 이들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게 될 가능성이 클 뿐더러 국제사회의 비난도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북한 핵문제가 군사적 충돌로까지 비화될 경우 자신들의 위상이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90년 중반 이후 경제발전에만 치우쳐 평화적 동북아 질서 구축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로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도 원치 않고 있다.
중국 지도층은 94년 평양 핵위기 이후 북한문제로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비록 별다른 성과는 없었지만 베이징에서 3자회담이 열리도록 주선한 것도 중국의 이런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중국의 로드맵에 장애물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는 것을 싫어한다.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해줄지도 분명치 않다.
하지만 북한 핵위기가 점차 고조되고,다른 정치적 선택들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 이러한 장애물들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과연 '로드맵'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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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A Chinese Roadmap for Korea'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