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하반기 첫장이 선 1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이 거래소시장을 추월했다. 역전현상의 원인 제공자는 개인투자가들이다. 이들은 거래소 시장이 주춤거리자 재빨리 말을 갈아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거래소시장은 지난달 중반이후 답답한 조정기를 지나고 있다. "나홀로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의 매매 강도가 줄어들자 거래소시장에 힘이 쭉 빠지고 있다. 이 틈을 타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활기차게 돌아가는 코스닥시장으로 관심을 옮겨가고 있다. 외국인에 이어 개인마저 거래소 시장에서 빠져나간다면 거래소시장의 조정국면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침 기업들의 2분기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장세가 펼쳐질 공산도 크다. 지수 상승을 원동력으로 개별주가의 오름세를 이끌어내는 강세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개인투자자의 가세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거래소시장과 연동돼 움직이긴 하지만 각종 테마를 만들어내며 숨가뿐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거래대금이 역전된 배경 개인투자자의 코스닥 러시현상은 지난 6월30일부터 나타났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코스닥시장에서 1조1천9백6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고 팔았다. 반면 거래소시장에선 1조4백억원어치를 거래했다. 1일 양 시장의 거래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닥시장의 거래 대금이 거래소시장보다 많아진 것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우선 거래소시장에선 당분간 '먹을 것이 적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도 그럴것이 거래소시장은 조정의 와중에 있다. 700에 육박했던 종합주가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장을 이끌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졌다. 외국인이 더이상 주식을 계속 사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조정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코스닥 우위는 지속될까 코스닥 시장의 특성상 거래소시장에 대해 비교우위를 지속적으로 갖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터넷주 등 확실한 주도주가 있다는 점이 지금으로선 돋보인다. 특히 다음 주부터 주요기업의 반기실적이 발표된다는 점에서 코스닥의 우량주들이 주목받을 가능성도 높다. 과거 수익모델 논란에 휩싸이며 투자자들이 외면해온 종목들이 잇따라 흑자를 내며 재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단기에 치고 빠지는 거래 특성을 갖고 있어 시장 분위기에 크게 좌우된다. 연속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종목장세 예상되는 거래소 거래 대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시장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실적 호전주는 약세장에서 오히려 돋보이게 마련이다. 펀더멘털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기업실적이 발표되는 이른바 어닝시즌을 앞두고 종목 장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전병서 본부장은 "단기적으로 조정이 예상되지만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실적호전주에 대한 선취매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거래소시장에선 당분간 종목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요해지는 기관 역할 거래소 시장의 부진은 기관투자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혼자 시장에 참여했을 때도 기관투자가들은 보유 주식을 내다파는데만 열중했다. 결과적으로 기관이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흐려놓았던 셈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오현석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지쳐가고 있어 이를 대체할 투자주체가 필요하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거래소시장의 약세분위기는 쉽게 돌아서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