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와 관련, 미국이 '압박과 대화' 병행전략을 구사하는 데 맞서, 북한이 '위협과 대화' 병행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북 양측은 여전히 '다자회담'이냐, '선 양자후 다자회담'이냐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한편으로, 각각 압박과 위협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압박 및 봉쇄 움직임은 거의 모든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이고, 아주 치밀하게 차근차근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완전 폐기와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 의무준수를 촉구하는 의장성명의 채택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지난 94년 10월 북-미 제네바합의의 핵심인 대북 경수로지원 사업을 중단시킨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한국과 일본을 적극 설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과는 달리, 한국 정부는 일단 북한이 다자회담을 수용토록 노력을 다한 뒤 안보리 의장성명을 채택해도 늦지 않으며 대북 경수로사업도 핵문제 진전 상황을 봐가며 추후 중단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3국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차관보급 회의를 열어 북한의 다자회담 유인책과 함께, 안보리 의장성명채택 여부, 경수로 건설 중단 여부 등을 숙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핵 문제와는 별도로, 미국은 지난달 스페인에 이어 오는 9일 호주에서 11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PSI(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방안) 제2차 회의를 열어 마약 및 무기불법수출 등을 명분으로 북한 등에 대한 봉쇄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 움직임에 대한 북한의 반발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1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조선인민군 대표부 대표의 담화는 최근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 움직임에 대한 `경고'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다. 담화는 ▲110억 달러 상당의 주한미군 전력 증강계획 ▲미국의 해상.공중봉쇄와 국제적 포위망 형성 시도 ▲2사단 한강이남 배치계획 등을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그런 행동이 구체화될 경우 "보복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달 26일 백남순 북한외상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언급한 것과 동일한 것이나, 그 담화의 주체가 조선인민군 대표부 대표의 명의라는 점에서 한 단계 더 경고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17일 북한은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측이 무력을 집결하고 우리에 대한 제재를 가해온다면..단호한 조치를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북한 전문가는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형식을 둘러싼 미국과의 대립구도가 전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점점 자신들을 향해 올가미를 조여오는 것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