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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언론인이 본 '한국경제'] '시스템 개혁 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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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한 독일의 사회적 자본주의 모델을 따라선 안된다." "2만달러 구호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해외의 중견 언론인들이 '한국경제호(號)'에 주문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한국경제신문 최경환 논설위원이 1일 신라호텔에서 대니얼 보글러 파이낸셜타임스 아시아담당 편집국장과 피터 스타인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편집국장을 만나 한국 경제에 관한 긴급 대담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열린 '참여정부의 경제비전에 관한 국제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보글러 국장과 스타인 국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전 공약에 집착해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면서 현실에 맞게 '변신'할 것을 주문했다. < 참석자 > 대니얼 보글러 < FT 아시아담당 편집국장 > 피터 스타인 < AWSJ 홍콩본부 편집국장 > 사회 = 최경환 < 한경 논설위원 > ----------------------------------------------------------------- 최 위원 =노 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4개월이 지났다. 평가를 내린다면. 보글러 국장 =노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은 분명 잘못됐다. 취임 초 이라크전쟁 북핵 사스 등 외부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보수적으로 경제를 운용했다. 적극적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에서 긴축정책을 사용했다. 대표적인 예로 신용카드 한도 및 가계대출 축소 정책을 들 수 있다. 이같은 정책이 결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방법은 세금감면, 금리인하, 추경예산 편성 등 다양하다. 기존의 부양책은 너무 약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고 좀더 시간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점수를 매기자면 'B' 학점을 주고 싶다. 스타인 국장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아 점수를 줄 때가 아니다. (웃음) 한국 정부는 대체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몇가지 점에서 잘못된 시그널을 보냈다. 노사문제 SK글로벌 조흥은행 등이 대표적인 예다. 노조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SK글로벌 사태는 건실한 기업이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조흥은행 매각협상에서도 정부가 노조에 밀렸다는 인상을 해외 투자가들에게 심어줬다. 노 대통령이 자주 '전략적 모호함(strategic ambiguity)'을 드러내고 있는데 선거 때나 외교적으로는 몰라도 내치에서는 그렇게 해선 안된다. 시장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서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올 연말쯤 할 수 있을 것이다. 최 위원 =파업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외국에선 어떻게 보고 있나. 보글러 국장 =이번 파업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 외국인들의 한국정부 평가에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노사관계에 특히 관심이 많다. 현재 노 정부는 친(親)노동자적이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 위원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역동성을 잃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때문에 한국이 남미 국가들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타인 국장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세계, 특히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한국 경제도 회복될 것이다. 한국은 다시 '튀어오르는'데 일가견이 있는 나라다. 이 점에선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다. 보글러 국장 =하지만 한국 경제가 변신하지 않으면 예전의 역동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10년간은 그동안 추구해온 제조업에 바탕을 둔 수출 지상주의가 벽에 부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큰 부담이다. 한국은 이제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중심을 이전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 서비스 금융 등의 분야가 한국 경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최 위원 =한국 경제가 국민소득 '1만달러 덫'에 걸렸다는 지적도 있는데. 스타인 국장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신흥국들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흔히 맞게 되는 위기다. 한국은 '2만달러 달성'이란 거창한 구호보다 시스템 개혁을 추구하는데 더 신경써야 한다. 성장의 구호만 앞설 경우 자칫 내수부양의 부작용이 또다시 생길 수 있다. 카드부실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문제점을 직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 위원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제특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보글러 국장 =정부가 규제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경제특구를 따로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전국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쪽에는 나노산업 특구를, 저쪽에는 바이오산업 특구를 만드는 식은 항상 실패한다. 최 위원 =노동 환경 단체 등이 시장 자유화에 반대하고 있어 이들의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제한적으로 경제특구를 만드는 측면도 있다. 스타인 국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고 해놓고 경제특구를 설립해 거기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 특구를 정해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식(winners pick)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세금이나 기업 지배구조 문제 등에 대해 국가 전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최 위원 =한국이 추진중인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타인 국장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좋은 위치를 갖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 자리잡아 유리하다. 하지만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일본이 중국으로 직접 가지 않고 굳이 한국을 거쳐갈 이유가 있을까. 둘째 중국이 일본을 포함한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한국을 필요로 할까. 중국은 이미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충분히 인기있는 나라다. 물류 허브로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나 금융 허브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홍콩 싱가포르 도쿄는 물론이고 상하이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 위원 =좌파 출신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변신을 통해 국가경제를 살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스타인 국장 =모든 선출직 공무원은 당선되기 전과 후가 다르다. 책임이 따르는 일을 맡으면 모든 문제를 큰 그림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그랬다. 위선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집권 후까지 지지계층에 얽매여선 안된다. 룰라와 같이 지지계층을 '확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집권 전 공약에 집착하지 않는 법이다. 보글러 국장 =룰라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세계 시장은 우려했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대통령이 달라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도 지금쯤 파이를 키워야 분배에 신경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소득(결과)의 평등'보다 '기회의 평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불평등'이야말로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최 위원 =기업하는 쪽에선 개혁이 너무 빠르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너무 느리다고 말한다. 스타인 국장 =기득권층이 오랫동안 누려온 특권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재벌은 되고 중소기업은 안된다면 이것은 기회의 평등이 아니다. 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투명성이 확보되고 외국인 투자도 늘어나며 중소기업도 살아난다. 최 위원 =독일이 최근 '아젠다2010'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사회주의적 노선을 상당부분 포기했다. 독일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보글러 국장 =독일은 2차대전 후 사회주의 성격을 가미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 holder's capitalism)'를 추구해 왔다. 노조와 은행이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독일경제 실패의 원인이다. 독일은 이제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share holder's capitalism)'로 방향을 틀었다. 독일에선 전통적으로 경영자측과 노조측이 경영에 함께 참여했지만 지금은 경영자가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이 독일의 사례를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독일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최 위원 =한국의 노동단체들은 독일처럼 산별노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글러 국장 =예전에 독일의 노조는 대부분 산별노조였다. 하지만 점차 개별기업 노조로 바뀌고 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데 산별노조가 똑같은 조건으로 교섭하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단체들이 산별노조를 모델로 삼는다면 이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한국이 따를 만한 유럽식 모델은 없다. 기업 실적을 들여다보면 유럽의 기업들은 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성장 우선의 미국식 모델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 < 약력 > * 대니얼 보글러 -영국 옥스포드대ㆍ대학원(근대학) -파이낸셜타임스(FT) '렉스 칼럼' 담당 -FT도이칠란트(자매지) 금융부문 편집장 -현 FT 아시아담당 편집국장 * 피터 스타인 -미국 예일대(비교문학)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 리포터, 편집장 -월스트리트저널 홍콩지국장 -현 AWSJ 홍콩본부 편집국장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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