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기본법 23조(국가안전법)' 입법을 앞두고 홍콩 수출품 무관세 협정을 선물로 안겨줬으나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홍콩 시민 50만여명은 1일 오후 3시(현지시간) 홍콩 중국 회귀 6주년 기념 공휴일을 맞아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에 모여 국가안전법 철폐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번 가두 시위는 홍콩 시민들이 지난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天安門) 학생민주화운동 무력 진압을 반대하며 동조 시위를 벌인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시위로 기록됐다. 홍콩 시내는 인권단체와 종교단체, 홍콩기자협회, 법륜공(法輪功) 수련생, 톈안먼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 장애인 등이 검정색 티셔츠 차림으로 행진을 벌이면서인산인해를 이뤘다. 부인과 두 자녀와 함께 시위에 참석한 회사원 체쩨밍(36)은 "대학시절에도 시위를 해본 적이 없다"면서 "그러나 홍콩의 자유와 미래를 위해 난생 처음으로 시위에참여했다"고 말했다. 퉁무이(69) 할머니는 "국가안전법이 통과되면 착취를 당하거나 불만이 있어도후대들이 분노조차 표현할 수 없게 된다"면서 "후대들을 위해 노구를 이끌고 시위에참석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국가안전법 입법은 물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처리과정에서 중국의 눈치만 살펴온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최한 홍콩 민간인권전선 대변인은 참석 인원을 최대 50만명으로 추정했으며 경찰도 정부청사까지 행진한 인원은 35만명이지만 중간 이탈자를 합하면 훨씬 많다고 시인했다. 2박3일간의 홍콩 방문기간중 국가안전법에 대해 언급을 피했던 원자바오(溫家寶)중국 총리는 귀국 직전 "국가안전법은 절대 홍콩인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29일 국가안전법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중국 수출 홍콩상품 무관세를 골자로 하는 `경제무역관계 강화협정(CEPA)'에 서명했다. `국가안전에 관한 입법조문조례'로 불리는 홍콩 기본법 23조는 국가 전복이나반란 선동, 국가안전 위험조직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으로 홍콩판 국가보안법성격을 갖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