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가 전 사주인 김주진 앰코테크놀러지 회장의 부주의(?)로 9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고심하고 있다. 아남반도체는 김 회장이 국내 은행들과 함께 설립한 해외 투자펀드의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는 각서를 써줬다가 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으로부터 각각 6백36억원과 3백12억원의 해외 투자손실을 현금으로 메워 넣으라는 두 건의 소송을 당한 것. 지난달 24일 서울지법은 이들 두 건에 대한 판결에서 은행들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은행이 '현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 부분만 잘못됐다는 것으로 아남반도체의 손실보전 의무를 명시한 확약서의 법적 효력은 인정했다. 따라서 2심에서는 은행들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소송은 현재 해외도피 중인 전 중앙종금 사장 김석기씨가 당시 아남반도체 김 회장,외환은행 신한은행 등과 함께 지난 95년 말레이시아에 설립한 퍼시픽 엘리펀트인베스트먼트 등 2개의 투자펀드가 발단이 됐다. 이들 펀드는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했는데 당시 외환은행 등 국내 5개 금융기관은 채권을 인수하면서 자산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입을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증'을 요구했다. 중앙종금 김 사장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아남반도체 김 회장에게 부탁했고 김 회장은 '펀드 보유 자산의 가치가 일정비율 이하로 하락할 경우 추가로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Letter of Commitment)를 아남반도체 명의로 금융기관에 써줬다. 1999년 10월 펀드 자산가치가 총 채무의 55%에 불과한 수준으로 떨어지자 소송으로 비화됐던 것. 아남반도체는 확약서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과 신주 인수가 외국환관리법상 어렵다는 점 등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아남반도체 대주주인 동부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미 아남반도체를 인수할 때 인수가격과 재무제표에 반영한 사항으로 6백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적립해 놨다"며 "인수 후 확인해보니 우리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소송에 적극 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말까지로 예정된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의 합병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