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안팎에선 대조적인 두 행사가 열렸다. 이날 아침 회관 안에선 대기업 노무담당 임원들이 모여 신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다짐대회를 열었다. 이어 오후에는 전경련 회관 주변에서 민주노총이 벌인 '하투(夏鬪)'로 시끌벅적했다. 2003년 여름 한국노사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이날 모습. 전경련 회관의 12개 대형 기둥과 유리창에 시위대가 던질지도 모를 계란과 오물을 피하기 위해 뒤덮은 비닐 속 만큼 질식할 것만 같았다. 오후 2시가 지나면서 대형 비닐로 칭칭 감긴 전경련 회관 앞에선 경찰이 지키는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수백여명의 노동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주당 40시간 노동 즉각 실시,근골격계 직업병 대책 마련,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최저임금 현실화' 등의 요구사항을 현수막 피켓 머리띠 조끼 등에 적고 노동가를 부르며 전형적인 노동시위를 벌였다. "철도노조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한 참여정부가 과거 정권들과 뭐가 다르냐"는 노동자의 확성기음이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여의도에 울려퍼졌다. 이런 광경은 지난 1일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자 2일 언론들이 "하투가 고비를 넘겼다"고 보도한 당일 벌어졌다. 바로 오전에 전경련 회관 20층에 모였던 60여명의 노무담당 임원들은 노조의 집단행동에 기업들도 공동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소송 가압류 고소·고발 등 가능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단호하게 취하자는 게 주요 골자였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반드시 지키자고 결의했다. 이날 참석한 한 임원은 "정부에 법과 원칙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기업들은 준법대응을 천명하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청와대에선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노조의 일부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데 법과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서 참여정부가 자꾸 아마추어적 이상론만 거론한다"고 꼬집었다. 장경영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