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로 나온 음료 31가지 중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은 10%였다고 한다. 나머지는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을 읽는데 실패,엄청난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만 허비했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에 따른 소비자트렌드 예측은 음료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의 성패를 가른다. 디지털시대 소비자는 유목민(Nomad)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어디든 근거를 둬야 했던 아날로그 소비자와 달리 인터넷과 모바일기기를 이용,계속 돌아다니며 생활한다는 얘기다. 첨단 노마드족이 늘어나면서 '자유와 개방,홀가분하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행태가 두드러진다'는 보고도 나왔다(삼성경제연구소). "미래의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며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던 마셜 맥루한이나 "소비의 중심이 젊은 세대로 옮겨가면서 통과여객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새로운 인종이 출현했다. 통과여객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움직이는 만큼 간편하고 빠르고 감성적인 것을 중시한다"는 독일 경제학자 다비트 보스하르트('소비의 미래'저자)의 말과 맥을 같이하는 셈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조사 결과 '3S(Simple,Speedy,Saving)'가 국내 소비의 주요 특성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다. 레토르트식품 바퀴운동화 전동칫솔 등 간단하고 빠르며 노력 시간 비용을 절약해주는 제품들이 인기라는 것이다. 속도와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유목민의 특성이 드러났다고나 할까. 디지털시대 소비자는 또 통신기기 가전품 아파트같은 기능 위주 상품에서도 미적 요소를 따지고,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사며,효율의 극대화를 겨냥한 스마트 소비를 꾀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상세계로 인한 혼란을 달래고자 과거로의 복고나 정신적 안정을 원할지 모른다는 설도 있다. 오늘의 마케터는 '판매자 혹은 엔터테이너에서 치유자가 돼야 한다'는 멜린다 데이비스(넥스트그룹 CEO)의 주장이 그것이다. 통과여객은 익명성에서 비롯되는 일탈행위를 즐기려 한다거나 모든 소비자는 합리적인 듯 비합리적이라는 얘기,일본의 올상반기 소비 키워드는 '건강ㆍ도피ㆍ복고'였다는 소식도 참고할 만하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