裵洵勳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 철도 노조 파업이 일단락되면서 과격한 노동운동은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노사문제는 이제 해결된 것인가? 적어도 지난 15년 동안을 노동 문제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뚜렷한 비전이 없이 노동쟁의로 시달려 온 것 같다.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은 매년 투쟁해서 임금을 올리고 경영 참여를 주장해 왔지만 자기들의 직장인 기업이 어떻게 발전해야 좋은 일터가 되고 지속적인 일터가 되는 지에 관한 비전은 없었다. 협상 전문가는 있어도 협상 목표가 없었던 셈이다. 기업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당해연도의 임금 협상을 걱정하였으나 장기적으로 노사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기업의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 임금이 높으면 임금이 싼 지역으로 옮겨 가려 했고, 노사 관계가 불안하면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진출하려고 했다. 정부는 법을 집행하라고 국민이 권한을 위임한 기구이다. 과격한 거리 시위에서 발생하는 일부 범법 행위를 용납한 것은 과거 군사 정권의 무자비했던 행동을 보상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제는 노사 현장에서 분규를 타협시키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하게 보인다는 것은 누구나 지적하는 사항이다. 지배구조란 기업의 주인인 주주와 그 대리인인 경영자,관리자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노동'이 정부가 별도로 주주와 합의한 규칙이 없이 경영에 관여하면 지배구조는 불투명하게 된다. 주주와 대리인인 경영자 사이에는 성문으로든가 불문으로든가 엄격하게 규정된 계약이 있고 그 계약에 의하여 보수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법적인 기업지배구조이다. 경영자가 주인인 주주의 뜻을 잘 받들어 경영하는가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 이사회이다. 미·영 방식과 유럽 방식의 이사회 차이의 한 가지는 이사회 구성에 회사의 종업원이 들어가는가이다. 유럽도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독일에는 관리이사회와 집행이사회가 분리되어 있고 관리이사회에는 근로자가 참여한다. 물론 미·영 방식의 이사회에도 주주가 임명하면 노동조합장도 이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근본 취지는 주인인 주주가 경영자도 선정하지만 경영 결과 이익이 나거나 손해가 발생할 때 그 손익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주주의 책임이 회사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의 노·사·정 협의는 무엇이 목적인가? 우리에게는 노동이 정당한 보수를 받지 뭇하고 경제를 일으킨 과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선택한 지도자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회에서 정한 법을 집행하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이곳에 투자하고 있다. 개방 경제는 국제적인 기업 관행에 따르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법과 규칙을 분명히 하여 모든 국민이 그 테두리 안에서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 노사 협상의 중재자도 아니며 더욱이 관여해서는 기업 경영의 독자적인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세계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고 우리는 동북아의 경제 중심이 되고자 하고 있다. 우리가 고립하여 폐쇄적인 사회로 가고자 한다면 모를까 개방하여 평화와 번영을 공유하려면 외국의 많은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기업 활동을 해야 하고 외국 기업들이 활동하려면 국제적인 기업 관행을 받아들여야 한다. 확실한 것은 기업이 범법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주주의 결정은 외부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창의성은 이런 분위기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과거 십수년 동안 논의와 협상으로 이제 우리에게는 결정만이 남아 있다. 그 결정도 노사 관계에 대한 결정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 갈 경제 중심으로 가고자 하는가에 대한 결심이다. soonhoonbae@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