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oday] 삼성 '발렌베리' 벤치마킹 : 발렌베리家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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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CEO 또는 후계 육성프로그램이 비결. 가제:사회민주주의 체제하의 유럽 최대의 오너기업집단/5대째 경영권 행사/가족소유 재단과 지주회사 통해 계열사 장악=======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항공기 엔진기술을 적용한 자동차 회사 사브,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와 더불어 발전설비 부문 세계 3대업체인 ABB,1백1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대형트럭회사 스카니아(Scania).
다양한 업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들 기업은 스웨덴 발렌베리(Wallenberg·국내에서는 왈렌버그로 알려져있지만 스웨덴식 발음으로는 발렌베리가 정확한 표현) 가문 휘하에 놓여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사회민주주의 체제하의 오너기업집단
스웨덴이라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같은 재벌그룹이 존재하는 것도 의외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발렌베리가문이 5대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오너 기업집단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계열사의 주식 규모가 스톡홀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를 넘을 정도로 스웨덴에서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력이 이처럼 특정 기업집단에 집중돼 있지만 스웨덴 국민들은 불만을 하지않는다.
오히려 발렌베리가(家)를 스웨덴의 자랑으로 생각한다.
이는 한 때 유럽내 최고의 국가경쟁력을 자랑하던 스웨덴이 정부의 사회복지정책 강화와 이를 지탱하기 위한 고율의 세금정책으로 인해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다국적 기업의 직접투자가 뚝 끊기고 자국기업조차 해외로 대거 빠져나갔다.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 국민들이 느끼는 이같은 위기의식을 막아내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스웨덴 현지 언론들은 "배당과 시세차익에 집착하고 기업경영에 무관심한 주식펀드나 연금펀드와 달리 발렌베리가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주회사 통한 지배구조 체제
발렌베리그룹은 가족소유의 재단과 인베스터AB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모두 3개의 재단이 인베스터AB의 지분 19%와 의결권 40%를 갖고 있다.
지분보다 의결권이 많은 것은 차등의결권 때문이다.
스웨던 정부가 자국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방어하고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제도를 두고 있다.
모든 기업의 주식은 1백% 의결권이 있는 'A주식'과 의결권이 10%뿐인 'B주식'으로 나눠져 있다.
인베스터AB가 보유한 일렉트로룩스 지분은 5.3%에 불과하지만 실제 의결권은 22.4%에 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에릭슨의 경우에도 인베스터AB는 3.5% 지분으로 22.3%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인베스터AB는 이같은 제도적 뒷받침을 받아 그룹의 경영전략에 따라 계열사들의 지분을 조정하며 각 계열사들의 경영활동을 통제한다.
◆완벽한 CEO육성 시스템
현재 발렌베리 그룹은 창업자의 5대손으로 사촌 동갑내기인 마르쿠스 발렌베리와 야곱 발렌베리가 '투톱체제'로 그룹경영을 이끌고 있다.
야곱 발렌베리는 일렉트로룩스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의장 임면과정에 직접 개입하고 계열사의 주요 경영전략을 감독한다.
특히 지주회사내 '이너 휠(Inner Wheel)'이라고 불리는 5인의 소위원회가 그룹차원의 전략적 의사 결정을 맡고 있다.
여기에는 발렌베리 가문 출신 3명이 참여하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이 이처럼 5대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체계적인 CEO(최고 경영자)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MBA학위를 이수한 뒤 철저한 경력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CEO들을 그룹 안에서 순환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에 헌신적이며 책임있는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키워내고 있다.
스톡옵션 등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파격적인 대우를 제공한다.
주요 계열사 CEO들은 사장단 회의를 통해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계열사간 합작투자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일렉트로룩스 본사에서 만난 크리스티앙 크링스퍼 수석부사장은 "발렌베리 그룹의 장수비결은 지주회사를 통한 완벽한 경영권 보호,내부 전문경영인 육성,순조로운 가족간 승계 등 3가지"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