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하반기에는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인 경기전망은 최근 들어 약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연례모임에 참석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하반기 세계경제에 대해 "회복세가 느리고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도 얼마 전 올해 세계경제성장 전망치를 3.7%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3.0%)보다는 좋지만,약한 회복세다. ◆회복은 되지만 세력은 약할 듯=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미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 경제는 올 하반기 3.5∼3.7%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 성장률이 1.4%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미 경제가 올 하반기에는 분명히 나아진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회복의 기준선인 4%를 넘을 것이라던 당초 전망에 비하면 회복세는 약한 편이다. 경제학자들은 하반기 미 경제가 그나마 이 정도라도 회복될 수 있는 것도 △추가 금리인하 △달러약세 △3천5백억달러 규모의 감세 덕이라고 지적한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의 회복세는 미국보다 훨씬 약할 전망이다. 하반기 미 경기 회복에 힘입어 상반기와 같은 침체에서는 벗어나겠지만,성장률은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경우도 본격적인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말 올해 아시아경제(일본 제외) 성장 예상치를 당초의 5.6%에서 5.3%로 하향 수정,올 하반기 회복세가 그다지 강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기업투자 부진과 실업률이 문제=이처럼 하반기 세계경제 회복세가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실업문제가 심각하고 기업투자가 부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무엇보다 세계경제의 약 3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미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 경제가 본격 회복되려면 설비투자 증가율이 10%는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기업들의 향후 투자지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자본재 신규주문은 전혀 호전되지 않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 기업들의 투자부진은 더 심각한 상태다. 높은 실업률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6.1%로 9년 만의 최고치인 미 실업률은 올 연말께 6.5%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1%에 육박하는 독일 실업률 등 유로존의 실업사태도 아직 악화일로에 있다. 비록 최근 들어 기업들의 감원 규모가 축소됐지만,감원행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일본 실업률도 사상 최고 수준인 5.4%에서 맴돌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살아나고,실업률도 떨어지기 시작할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