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비관적이다. 상반기에 이어 내수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수출마저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정부의 '친노(親勞)'정책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이 유럽형 정책을 따라간다면 올해 4% 성장은 지나친 낙관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의 '2분기 바닥론'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예측인 셈이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지난달부터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조정하고 있다. 전망치 낮추기에 앞장 선 곳은 미국계 씨티글로벌마켓(CGM)증권. CGM증권은 지난달 18일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를 종전 4.1%에서 2.2%로 대폭 낮췄다. 한국의 GDP 성장률이 1·4분기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데다 2·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기 때문이라고 하향조정의 이유를 밝혔다. 한국 경제가 경착륙 또는 침체상태(recession)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CGM증권은 또 "한국경제의 회복은 미국의 경기회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국내 소비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러나 내수회복의 핵심조건인 소비자금융시장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계은행인 HSBC는 최근 한국의 올 성장 전망치를 종전 3.4%에서 1.9%로 크게 끌어내렸다.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낮은 전망치이다. HSBC는 보고서에서 "소매판매와 고용률 등이 각각 지난 83년과 84년 이후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한국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올 하반기에는 내수에 이어 수출까지 부진해질 것으로 봤다. 미국계 CSFB증권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말 4%에서 3.1%로,지난달 말엔 다시 2.9%로 낮춰 잡았다. CSFB증권은 1·4분기 한국의 GDP 통계에서 내수 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영국 피치도 지난달 말 한국의 올 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내수소비,자본투자의 부진과 노사분규가 전체적인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또 금융회사의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려는 정부의 다양한 조치에도 불구,한국은 여전히 신용카드회사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ABN암로(3.5%→2.0%),메릴린치(3.5%→3.3%),골드만삭스(4.3%→3.3%),ING베어링(4.4%→4.0%) 등도 성장률을 잇따라 낮춰 잡았다. 한편 외국계 금융회사 가운데 미국계 리먼브러더스만 거의 유일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리먼브러더스는 "올 상반기중 한국 경제가 어려웠던 것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고유가 등 일부 단기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는 유연한 거시경제 정책과 유가하락,중국 수요증가 등에 힘입어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