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한국 경제에는 먹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다시 비칠 것인가.


현재로서는 '당분간 흐림, 구름 계속'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성장의 3대 축 가운데 수출은 그나마 '선전(善戰)'하고 있지만 소비와 기업 투자 부진에 따른 내수 불황의 골을 메우기에는 버거울 전망이다.


대부분 경제연구소들은 상반기 경제를 짓눌렀던 이라크 전쟁과 사스(SARSㆍ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파동, 사업장에서의 대형 분규 등 일부 악재가 일단락됐다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3%대를 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소비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가계부실의 위험성과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걷힐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도소매판매액 기준)는 5월중 4.6% 감소하는 등 올들어 1월을 제외하고는 넉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내수부진은 곧바로 생산감소와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5월에는 내수와 생산, 투자가 한꺼번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지난 98년 10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겪는 최악의 상황이다.


수출 역시 상반기 중엔 '사스' 등의 충격을 딛고 순항했지만,최근 환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노동계 '여름투쟁'의 여파까지 겹쳐 하반기에는 고전이 예상된다.


원화환율은 4월초 달러당 1천2백58원까지 올랐다가 6% 절상(원화가치 상승)돼 1천1백90원(7월1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10% 내려가면 수출은 약 5∼10% 정도 줄어든다.


그러나 이나마 해외시장 상황이 좋을 때 얘기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대상국들은 올들어 경기 부진을 벗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물가하락이 겹치는 디플레이션 위험성마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는 지난 2분기중 이미 저점(底點)을 지났으며, 3분기부터 완만하나마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는 하반기중 세계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전망인 데다 4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가세할 경우 경기진작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심리 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사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수출이 호조를 띠고 있다"며 "경기가 2ㆍ4분기보다 3ㆍ4분기에 더 위축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낙관했다.


휴버트 나이스 도이체방크 아시아담당 부회장도 최근 '참여정부 경제비전 국제회의'에 참석, "한국이 올해 4% 성장한다는 견해는 보수적"이라며 "재정과 통화정책을 잘 운용한다면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직 하반기 경기에 대한 엇갈린 견해는 정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의 정책여부에 따라 하반기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오는 10일께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과 금리 세제 방안을 총동원하는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운용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