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양판점과 패션몰,재래시장 경기는 최악이다. 상인들은 매일 가게문을 열지만 손님이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 하반기에도 목돈을 만져보긴 틀렸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명 할인점들이 살인적인 할인경쟁으로 손님을 휩쓸어 가는 것도 재래시장에 손님이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 경기진단 시장인 서울 동대문과 명동의 패션몰들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름 비수기까지 겹쳐 하반기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하지만 올해안에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게 경험 많은 상인들의 진단이다. 동대문 프레야타운의 한 40대 상인은 "어쩌다 온 손님이라 반기면 티셔츠 한 두 장 고르고 만다"면서 "도무지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는 "오랜 장사 느낌으로 보면 올해 장사는 끝난 것 같다"면서 "올 가을에 있을 계절적 반짝경기에 기대를 해볼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의 바로미터격인 남성복 판매량 감소는 더 심각하다. 대부분의 점포들이 예년의 50%도 팔지 못했다. 동대문 밀리오레의 남성복 상인은 "하루 종일 남성용 니트 3벌을 팔았다"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몰 두타 관계자는 "여름은 패션몰의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다 경기도 좋지 못해 상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양판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에 2백50개의 점포를 가진 하이마트의 경우 6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정도 줄었다. 여름철 특수품목인 에어컨 판매가 급감한 게 주요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전자랜드21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규 점포를 많이 연 탓에 총매출이 조금 늘었지만 점포당 매출은 지난해보다 평균 5% 정도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PC관련 업체들의 어려움이 심각하다. 한 PC 판매 상인은 "조립PC 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주변기기 쪽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대문의 밤 도매시장 주변은 예년같으면 지방상인들의 전세버스로 시끌벅적했지만 이제 5∼6대만 주차돼 있는 등 다소 썰렁하다. 한 아동복 상인은 "연초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고 하반기에도 좋아질 리 없다"며 고개를 돌렸다. 간간이 시장을 찾던 외국인들도 크게 줄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