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사업이 새 정부의 참여정신에 고무돼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업은 지난 99년부터 2년간 공사를 중단하고 정부 주도아래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결론을 냈고 방조제 공사는 이미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업이 혼란을 거듭하는 것은 정부의 공신력은 물론 국가 대외 신인도에도 큰 흠집을 낼 수 있다. 그렇다고 환경단체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새만금 사업을 슬기롭게 풀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 사항을 주시해야 한다. 첫째,새만금은 과거 개방해역(열린 바다)에서 지금 완전 폐쇄해역(닫힌 바다)이 돼버렸다는 사실이다. 개방해역의 경우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은 조석현상에 의해 외해로 희석돼 스스로 정화된다. 그러나 외해와 연결이 차단된 폐쇄해역은 자정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석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해안에 유입된 오염물질은 대부분 조석현상에 의해 정화된다. 새만금은 과거에 비해 자정능력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육지에서 유입되는 담수가 폐쇄해역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염분도가 크게 떨어지며 장마철에는 정도가 매우 심하다. 그래서 방조제가 있는 한 갯벌 생태계의 소멸은 불가피하다. 현재 새만금 갯벌의 많은 부분이 제기능을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현재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60%에 가까운 것이 축산폐수이다. 축산폐수는 많은 수질오염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다. 엄청난 양의 미생물이 폐쇄해역에서 축적될 경우 그곳에서 생산되는 어패류는 매우 위험한 해산물이 된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채취한 조개류가 비브리오 패혈증을 자주 일으키는 것이 그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셋째, 새만금 지역은 수자원이 매우 부족한 곳이다. 만경강과 동진강의 용수 이용률은 각각 62.9%와 83.1%이다. 4대강 중에서 용수 이용률이 가장 높은 낙동강(35.4%)과 영산강(43.6%)에 비해 거의 두배에 가깝다. 용수 이용률은 이용가능 수량 대비 현재 사용량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물 사정은 나쁘다. 지금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은 우리나라에서 물 부족이 매우 심한 곳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새만금 지역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든 상당한 크기의 물그릇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으로서는 사업변경이 더 큰 환경문제를 야기할 것임이 틀림없다. 방조제 일부를 헐어 해수를 유통시킨다 하더라도 갯벌을 살리기는 어려우며, 그 곳에서 채취한 어패류는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해상도시의 경우도 폐쇄해역의 자정능력 부족으로 좋은 수질을 얻기 어려우며 수자원 확보도 불가능하다. 또한 수천억원이 드는 배수갑문과 일부 방조제 철거가 불가피하며, 폐쇄해역의 부유물질 퇴적현상으로 잦은 항로준설이 요구된다.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새만금호의 수질오염도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상류에서 각종 폐수가 내려오는 물길 끝에 엄청난 용량의 호수를 만든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게다가 이제는 전주권 그린벨트까지 풀린 상태이다. 상류에 철저한 수질관리 대책이 세워지고 있지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새만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진강 만경강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물길과 수자원 확보를 위한 물그릇을 분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른 강우 편차가 커 연중 수량과 수질의 변화가 매우 심하다. 맑고 풍부한 물이 흐르는 시기에 선택적으로 취수해 호수를 채우는 방법이 우려하는 수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에 습지와 침전지와 같은 자연정화시설을 설치하고 호수 바닥의 물을 바다로 뽑아내는 저층수 배제시설을 가동하는 것도 수질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간척지는 우선 농지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간척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농지뿐이다. 산업단지나 도시지역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흙과 자갈을 매립하는 성토공사가 추가로 요구된다. 처음에는 농지로 사용하고 필요한 곳에 적정규모의 토지를 성토하여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sp@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