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를 포함해 군, 경찰 등 아르헨티나권력기관에 `사정(司正)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5월25일 취임한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의회의 대법원 판사 소환조사 착수 등 사법부 사정과 함께 군과 경찰 조직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인사로 그의 인기도를 80%로 올리며 성공적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르헨티나 연방하원 사정(司正)특별위원회 리카르도 팔루 위원장은 5일(이하현지시간) 대법원장 사임으로 8명으로 준 대법원 판사 전원에 대해 의혹이 가는 재판건과 관련해 소환 명령을 내려 위원회에 출석시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사법부개혁에 대한 강경 입장을 천명했다고 아르헨티나 유력일간지 클라린이 보도했다. 이는 훌리오 나사레노 대법원장이 지난주 전격 사임하고, 개혁성향의 재야 법조인으로 명망이 높은 형법 전문가 라울 에우헤니오 사파로니 변호사가 그의 후임자로지난 1일 추천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판사 전원의 사정위원회 출석 증언을 앞두고 있는 대법원 조직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대법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에두아르도 몰리네 오코노르 부원장은 대법원판사들 중 가장 많은 65건의 재판건에 대한 사정위 조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자신의 신병 방어에 몰두하겠다며 대법원 판사직은 유지하되 대법원장 직무대행과 부원장직을 사임한다고 3일 발표했다. 대법원장과 부원장직은 오는 11월 공식선임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 대법원 조직은 대법원장 직무대행도 없이 9명 정원도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사법부 개혁에 돌입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사법부가 부패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편파적 판결을 일삼았다며 맹공격을 가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사법부 실패'의 상징으로 거론한 나사레노 대법원장은 의회에서도 사기 등의 각종 혐의로 자신에 대한탄핵절차가 시작되는 등 협공을 받자 결국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사파로니 대법원 판사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앞두고 보도된 클라린과의 회견에서 자신은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나 이를 이념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거나그 이상마저 버린 것은 아니라고 밝혀 사법부 조직에 일대 개혁열풍이 몰아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나사레노 체제에서 아르헨 대법원은 키르츠네르 이전 정부의 경제회복을위한 긴축정책 일부에 대해 위헌 판결을 냄으로써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소속한 페론당 정부에 타격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나사레노 전 대법원장, 몰리네 오코노르 판사 등은 1990년 카를로스 메넴 전 정부 시절 대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키르츠네르대통령과 5월 대선에서 맞붙었던 메넴 전 대통령은 당시 대법원 판사수를 5명에서현재의 9명으로 늘리고 측근 세력을 중심으로 채웠다. 사법부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은 군과 경찰 등 핵심 권력기관에 대한 사정 차원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초 연방경찰 수뇌부의 80%를 교체한 키르츠네르 정부는 3천600만명의 아르헨 전체 인구 가운데 4분의 1이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경찰청장을 3일전격 해임함으로써 경찰조직에 또 한차례 충격을 주었다. 4만명의 경찰병력을 갖고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경찰청장의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공공치안 부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 2천명의 경찰병력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경찰 조직에서 최근 수년 동안 수뇌부 인사와 관련해서는 가장 큰 규모라는 이번 인사조치에서는 로베르토 히아코미노 현 경찰청장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취임과 거의 동시에 육군 대장 27명과 해군 대장 13명 그리고 준장 12명을 전격 해임하는 등 대대적인 군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호세 팜푸로 신임 국방장관은 이는 아르헨티나군 역사상 전례 없는 일로 "전군 구조의 일대혁신"이라고 평가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이번 군 수뇌부 인사를 통해 10년 넘게 주시사를 지낸 자신의 고향 산타 크루스주(州)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장성들을 중용, `확실한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