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구로1동 현대 연예인아파트. 단지 상가 한쪽에 '안주파티 구일점'(02-830-1082)이 자리잡고 있다. 맥주 소주와 안주를 파는 주점이다. "밤 10시부터 12시까지가 피크인데요, 이땐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윤호련 사장(46)과 부인은 후텁지근한 날씨 탓인지 연신 땀을 훔친다. 밤 10시가 넘어서자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퇴근하던 직장인들도 삼삼오오 자리를 잡는다.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끝낸 신세대 부부도 유모차를 끌고 매장에 들어선다. 밤 11시가 가까워오면서 전화벨이 연신 울려댄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맥주와 안주를 배달해 달라는 주문 전화지요. 아르바이트 종업원은 물론 두 아이들까지 배달을 도와주지만 바쁜 시간대는 손이 달립니다." 구일점은 매장이 10평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점포다.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셈이다. "용케도 입지가 좋았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는 5월 이후엔 가게 바깥 주차장 터가 매출을 올려주는 효자노릇을 하거든요." 운도 따라줬다. 처음 해보는 장사라 적어도 1년은 고생할 각오를 했는데 지난해 6월 월드컵 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봤다. 월드컵 기간 내내 하루 매출이 60만원을 돌파하는 행운이 찾아온 것. 불황이 깊어진 요즘도 하루 40만원은 너끈히 올린다. 이 음식점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12월. 컴퓨터회사 영업담당 차장으로 일할 때였다. "동기는 단순합니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중학교 2학년인 딸을 대학에 보내려고 생각하니 대충 계산해도 8천만원이 필요하더라구요. 샐러리맨 월급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다 싶어 부업을 하기로 집사람과 합의했죠." 안주파티는 7평 안팎의 서민형 주점으로 소자본 창업에 적합했다. C급 상권에서도 해볼 만한 사업이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카센터로 쓰던 공간을 권리금 2백만원, 보증금 1천5백만원, 월세 30만원에 임대했으니 창업비용은 적게 든편이지요." 장사는 처음이지만 그의 마케팅 전략은 프로급이다.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결과다. 창업강좌란 강좌는 모조리 섭렵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출판된 창업서적은 안본 게 없을 정도다. 구일점의 대표안주는 '두배 골뱅이'다. 맛과 양이 다른 점포 골뱅이 안주의 두배라는 뜻이다. 실제로 다른 술집에서는 2백g짜리 골뱅이 한 캔으로 골뱅이 안주 한 접시를 만들지만 윤 사장은 4백g짜리를 쓴다. 친구들과 들른 김진호씨(22)는 "아주머니가 안주를 만드는데 양념이 잘돼 맛이 최고"라며 후한 점수를 준다. 생맥주 맛을 내는 비결은 놀랍게도 간단했다. 기기나 호스를 매일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다. "생맥주 맛의 차이는 맥주 속에 녹아있는 효모 영양분과 이산화탄소가 공기와 접촉하며 산화하는 데서 생깁니다. 기기나 호스를 청소하지 않으면 단백질이 달라붙어 냄새가 나기 때문에 맥주통에서 나오는 처음 서너잔은 그냥 버려야 되거든요." 월급쟁이 시절 윤씨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30분에 시작됐다. 하루 종일 외근한 뒤 가게로 출근하는 시간은 오후 9시.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벽 3시 가게 문을 닫고 눈을 붙이는 것은 고작 세시간. 새벽 장을 보기 위해 단잠을 깨야 한다. 그러나 고된 몸도 희망을 잠재울 순 없다. 프랜차이즈 대기업을 일구겠다는 꿈이 그를 지탱하는 동력인 셈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