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다. 찬찬히 걸어도 숨이 차오르는 해발 2천3백m 고원 위에 펼쳐진 거대한 호수. 폭 50km,길이 1백50km로 한국의 경기.충청도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란 설명에 할말을 잊는다. 몽골 사람들은 아예 '바다'란 의미의 달라이 헙스걸이라 부른다. 사방을 둘러봐도 수평선뿐이니 그럴밖에. 호숫가 풀밭에는 양,야크,말이 느릿하게 풀을 뜯고,그뒤엔 울창한 소나무 숲이 휘감아 돈다. 푸른 숲사이 그림 처럼 하얀 게르(유목민들의 전통가옥)와 통나무집이 정겹게 마중한다. 시멘트 블럭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수 없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대자연 그대로다. 호숫가 게르촌에는 한떼의 말들이 유유히 놀고 있다. 몽골 유목민들은 3살이 되면 엄마가 말타는 법을 가르친다더니,6,7살 정도 된 아이들이 안장도 없는 말을 타고 양떼를 몬다. 말타고 세계를 정복했던 초원의 나라에 왔으니 승마는 기본. 처음 말에 오르면 떨어질까 두려워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1시간 정도 타고나면 추 추!(이랴 이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름모를 들꽃으로 수놓인 푸른 초원,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 오솔길,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호숫가를 달리면 가슴이 후련해진다. 어느새 마음까지 자연과 하나되어 세상근심이 온데간데 없다. 승마체험은 보통 게르촌에서 순록을 키우는 차탄족 마을까지 왕복 5∼6시간 정도 한다. 해발 3천4백m의 산 꼭대기까지 말을 타고 오를수 있는데 정상에서 보는 헙스걸 호수의 모습이 장관이라고 한다. 유목민이 사는 관광용 게르에 들어가니 양젖으로 만든 아롤(요구르트),바슬락(치즈),타락(겨울용 저장유제품)등 전통음식을 내놓는다. 아주머니가 양젖에 차잎을 섞어 끓여주는 수태차는 부드럽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헙스걸에서는 보트여행과 낚시도 빼놓을수 없는 즐거움. 갈매기들이 춤추는 바위섬 하등후,어느 영웅이 산을 베어다 놓았다는 나무섬 모등후,모래섬 쇼롱아를을 배 타고 돌아보면서 주변풍광을 만끽할수 있다. 유목민들의 주거지 게르에서의 하룻밤은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이동하기 쉽게 나무와 천막으로 지어진 게르는 원룸주택의 원조(?)격으로 우리에겐 파오로 알려져 있다. 오후 10시 반 쯤 해가 물러나자 원형천장 중앙에 뚫린 구멍 사이로 별빛이 서서히 밀려든다. 가운데 놓인 난로에 장작불을 지피고 술잔을 나누거나,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면 새벽 2,3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 별빛사이로 사랑과 우정이 깊어간다. ................................................................... [ 여행수첩 ] 헙스걸에 가려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인천에서 3시간30분)공항에서 하트갈(2시간)행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공항에서 지프나 일명 빵차(러시아산 9인승)로 초원위를 달려 호수로 이동한다. 인천~울란바토르노선은 대한항공과 몽골항공이 7,8월 성수기에 주 8회 운항. 헙스걸은 고지대에 위치,한여름에도 시원하다. 일교차가 심하고 자외선이 강해 방한복과 긴팔 웃 옷,선글라스,선크림 등을 가져가는게 좋다. 몽골의 화폐는 투그릭으로 원화와 가치가 비슷하다. 1달러에 1천1백60투그릭 안팎. 서머타임 적용으로 한국과 시차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 울란바토르에서 1시간거리인 테를지도 둘러볼만 하다. 푸른 초원위에 솟아오른 갖은 형상의 바위와 산이 어우러져 스위스 알프스를 연상케한다. 몽골에서 가장 인기있는 허니문코스다. 몽골여행 전문 타임(02-2263-0095)은 울란바토르.헙스걸.테를지 5박6일(1백39만원),울란바토르.테를지 3박4일(89만원)상품을 내놓았다. 롯데관광(02-399-2303),자유여행사(02-3455-8888),KRT(02-2124-5566),인터파크여행(02-311-6842)등도 몽골여행을 안내한다. 헙스걸(몽골)=양진섭 기자 nongd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