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둔황'] 비단길 오아시스에 꽃핀 불교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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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예 멈춰섰다.
두 번이나 덜컥대 손을 봐야 했던 버스가 퍼져버리고 앉았다.
보이지도 않는 모래먼지에 덜미를 단단히 잡힌 것이다.
사방은 끝간데 없는 사막.
그 한가운데로 곧게 뻗어 아스라한 지평선에 닿은 왕복 2차선 아스팔트 길 끝에, 하루를 마감하며 남은 기운을 쏟아내는 붉고 커다란 해가 걸려 있다.
이내 한기가 몰려 왔다.
사막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우루무치에서 둔황으로 향하는 길 중간,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됐다.
짙은 어둠은 감옥의 담벼락 보다 더 높아 보였다.
그 옛날 낙타에 짐을 싣고 이 길을 걸었던 대상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리를 잡고 모닥불을 피우며 몸을 뉘었을 터이니 오히려 더 느긋하지 않았을까.
불안한 가슴을 위로하는 것은 별이었다.
정말 주먹만한 별들이 새카만 하늘 가득 쏟아져 내렸다.
낮의 하늘을 연무처럼 가로막았던 모래먼지도 다이아몬드보다 더 영롱한 별빛을 방해하지 못했다.
멀리 갈아 탈 버스의 불빛이 바삐 달려 왔다.
하미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닿은 둔황.
천산남ㆍ북로와 서역남로가 갈리는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다.
사막의 모래먼지가 도시 전체를 뒤덮어 황량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이 곳의 서쪽, 밤새 지나왔던 땅이 교과서에 쓰여 있는 서역이다.
실크로드 교역의 거점으로 누렸던 둔황의 영화는 막고굴에서 엿볼수 있다.
막고굴은 둔황 남동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석굴군.
룽먼, 윈캉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로 꼽히는 불교미술의 보물창고다.
수직으로 깎아세운 듯한 1.6km 길이의 암벽에 1천여개의 석굴이 뚫려 있다.
발굴된 석굴만 해도 6백여개가 넘으며, 그 중 4백92개의 석굴에 장엄한 불화와 불상이 모셔져 있다.
막고굴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는 서기 366년.
둔황의 동쪽 관문이 폐쇄된 명나라 때 이후 잊혀졌던 막고굴은 1900년 왕도사에 의해 다시 깨어났다.
왕도사는 제16굴 안 오른쪽의 작은 17굴에서 신라승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등 5만여점의 경전과 서화(둔황문서)를 발견했다.
그 뒤 영국 프랑스 일본인 탐험대가 자료를 약탈해 가면서 막고굴에 대한 세상의 조명이 집중됐던 것.
막고굴은 관람이 까다로운 편이다.
중국인 가이드가 함께 해야 하며, 그가 열어주는 굴(다른 굴을 보려면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만 볼 수 있다.
그러나 불교를 알지 못해도, 미술에 문외한이더라도 입을 벌리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장엄미가 있어 불쾌하지 않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가이드 이신씨의 말 대로 당시의 한반도와 관련(5점)있는 석굴이 호기심을 더해준다.
입구가 하나인 336ㆍ335ㆍ337(중심되는 굴 번호를 중간에 쓴다)굴이 대표적이다.
이 굴의 벽면에 화랑모자를 쓴 신라왕자 2명과 조선고(장고)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237굴의 벽면에서도 티베트왕 뒤에 화랑모자를 쓴 통일신라 왕자의 모습을 찾을수 있다.
명사산에서 그 아쉬움을 달랜다.
명사산은 둔황시내에서 차로 10분이면 닿는 동서 40km, 남북 20k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의 모래산.
바람에 날리는 잔모래가 부딪쳐 우는 듯한 소리를 낸다해서 이름붙여졌다.
높이는 50∼60m 정도여서 정상까지 올라갈수 있다.
꼭대기까지 놓인 나무계단이 아니면 발이 모래에 빠져 오르기 힘들다.
낙타투어도 기다리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월아천의 모습이 신비롭다.
이 모래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로 무려 3천여년 동안 마른적이 없다고 한다.
신기루를 따라 헤매던 대상들은 월아천을 보고 새생명의 환희를 느꼈을 터다.
그리고 또다른 신기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디뎠을 동ㆍ서 교역의 길.
하미와 투루판을 지나 우루무치~이닝으로 이어지는 천산북로, 천산남로와 서역남로가 합쳐지는 카슈가르에서 파미르고원을 넘는 그들의 고된 발걸음을 찬찬히 되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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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신강(新疆) 위구르자치구는 중국 북서부에 위치해 있다.
면적은 1백60만㎢.
한반도의 7.2배이며, 중국국토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최대의 행정구역이다.
북쪽은 알타이산맥, 남쪽은 곤륜산맥으로 둘러처져 있으며, 그 한가운데를 천산산맥이 가로지르고 있다.
천산산맥을 중심으로 구르반퉁구트사막이 있는 융가르분지와 '한번 들어가면 나올수 없는 곳'이란 의미의 타클라마칸사막이 펼쳐진 타림분지로 뚜렷이 구분된다.
자치구의 인구는 1천7백48만명.
위구르족 카자흐족 회족 키르기즈족 등 소수민족이 한족과 어울려 살고 있다.
이중 위구르족이 47%로 주류를 이룬다.
행정수도는 위구르말로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의 우루무치.
중국은 전역이 베이징표준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강자치구 역시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실제로는 3시간 늦다.
요즘 환율은 1위안에 1백50원 정도 한다.
양고기 요리가 많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에 고역을 치르는 사람들이 많다.
서구로 전해져 스파게티가 됐다는 국수류 '빤미엔'과 야채요리가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화덕에 굽는 전통빵 '낭'도 담백고소해 요깃거리로 괜찮은 편이다.
낭은 단결을 의미하며, 칼을 대지 않고 손으로 뜯어 먹는다.
먹을 때는 겉에 붙어 있는 화덕 부스러기를 씹지 않도록 조심한다.
위구르 사람 앞에서는 그들이 금기시하는 돼지고기 얘기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머리를 만지지 말고, 가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도 금물.
우림여행사(02-771-8366), 팬더투어(02-777-7230), 참좋은여행(02-596-1881)은 7박8일 일정으로 꾸민 실크로드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상하이를 경유해 우루무치로 들어가, 둔황~하밀~투루판~우루무치를 차례로 본다.
24일부터 매주 목요일 출발한다.
1인당 1백32만5천원.
카슈가르, 이닝, 쿠얼러, 쿠처 등 천산 남ㆍ북로의 다른 주요 도시도 둘러보는 8일 일정의 다양한 여행길도 안내할 계획이다.
세일여행사(02-737-3031)는 14박15일 일정으로 서안~난주~천수~가욕관~주천~둔황~유원~투루판~우루무치 등지를 둘러보는 실크로드 역사탐방 상품을 내놓았다.
8월5일 한차례 출발한다.
1인당 1백49만8천원.
둔황=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