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추구해온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구체모형으로서 네덜란드의 노·사·정모델이 제시되었다. 네덜란드모델은 1980년대까지 네덜란드병이라고 불리던 고질적인 노사문제를 해결한 것으로서 90년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모형이다. 이 모형의 핵심은 첫째,사회경제위원회(SER)와 같은 노·사·정협의체를 구축하여 경제노동정책을 노·사·정이 협의하여 결정하고, 둘째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반면 사용자는 비정규직을 늘려서 실업을 줄인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이러한 개혁을 통해 80년대까지 유럽의 골칫덩이에서 90년대 후반에는 유럽의 강소국(작지만 강한 국가)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 고유의 한계점도 있고 우리 환경과 맞지 않는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2000년 이후 네덜란드는 성장이 둔화되고 실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내에서도 이 모형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환경에 적합하게 형성되어 한국 토양에는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모델의 약점은 비정규직의 지속적인 확대가 숙련인력의 축소를 가져와서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네덜란드식 고용창출은 비정규직 확대를 의미하며 고기술-고부가가치-고임금으로 선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저기술-저부가가치-저임금의 악순환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이 어느 정도 확대되는 것은 고용유연성을 강화해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되면 기업의 지식과 기술의 축적을 저해하여 경쟁력을 훼손한다.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실업률은 낮아지지만 정규직을 구할 기회는 줄어들고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확률이 커지는 모델이다. 네덜란드는 비정규직이 유럽 평균의 두배에 달하는 전체 피고용인의 3분의 1로 보기 드문 비정규직경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 새로 창출되는 고용은 거의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그럼에도 큰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것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에 대한 동등한 처우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고,또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가계의 2차 수입원인 여성인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청년실업자나,취업포기로 실업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40대 이상 중장년 실업자들은 가계의 주수입원으로서 파트타임과 같은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네덜란드형의 비정규직 경제는 우리가 당면한 청년실업과 중장년실업의 해소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 측면에서는 최근의 극심한 노·정갈등과 경색된 노·정관계로 보아 SER와 같은 사회적 협의체제를 구축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노사정위원회는 98년 2월 대타협 이후 거의 합의실적이 없으며 더욱이 99년 민주노총 탈퇴 후에는 주5일근무제 공무원노조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간 신뢰가 희박한 가운데 노·사·정협의체를 통한 노사관계의 복원은 단기 과제라기보다 장기 과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청와대는 또 노조의 경영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경영참가는 현장 구성원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경영에 활용해 기업의 경영성과를 높이고,구조조정등 기업의 경영혁신에 구성원들이 모두 동참하여 혁신의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이다. 노조와 직원의 경영참여는 초우량기업에서 활용되는 경영방식이며 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우리의 경우 일부 기업의 노사는 경영참여를 노사공동의 목표를 위한 통합적 수단이 아니라,노사가 경영권을 쟁탈하는 분배적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영참여가 경영권의 다툼의 장이 된다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경영참여가 노사간의 힘겨루기가 아니고 노사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한 방편이 되도록 노·사·정 모두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의 사례를 참고로 삼아 연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방법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네덜란드 모델의 정신과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한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의 개발을 위해 노·사·정 학계 모두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dokim@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