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흔들릴 자신없다면 사랑하기엔 자격미달..이외수 에세이집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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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명물''시대의 기인''광인'등으로 불리는 작가 이외수씨가 삶에 대한 사랑과 고뇌,기쁨과 슬픔을 담은 에세이집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해냄)을 펴냈다.
'이외수의 사색상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서 작가는 복잡한 일들로 지친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잠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작가는 세상과 소통하는 첫번째 단계를 '흔들림'이라고 말한다.
내 마음이 타인을 향해 흔들릴 때는 사랑이 싹트고 세상을 향해 흔들릴 때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솟아난다는 것.때로 흔들림이 불만과 증오의 싹이 되고 나와 타자 사이를 긴장관계에 빠지게도 하지만 작은 흔들림 하나에서 시작한 감정의 움직임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훌륭한 교량이 될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책에는 이씨가 직접 나무젓가락으로 단번에 그려낸 마흔네 점의 그림이 함께 담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우울한 표정의 새 그림 옆에 '울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날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니깐요'라고 쓴 것이나 살점이 떨어져 나간 생선 그림 옆에 '나는 살아 있다 아직도'라고 적은 것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넓혀주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기인으로 불리는 작가지만 '사랑'에 대한 생각은 의외로 소박하고 전통적이다.
'마라톤에서의 골인지점은 정해져 있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다.
경우에 따라선 한평생을 달려도 골인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사랑은 그대의 한평생을 아무 조건 없이 희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면 역시 진정한 사랑을 탐내기에는 자격미달이다.'('사랑은' 중에서)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